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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이 큰 호응을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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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06 12: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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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전 국민이냐, 취약 계층만이냐'를 놓고 갑론을박하던 정부·여당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으로 가닥이 잡혔다. 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피해가 큰 계층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를 분석해 피해가 집중된 계층을 고른 뒤 추석 전까지 지급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정해지기까지 정부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한동안 백가쟁명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졸지에 "철이 없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50번·100번 줘도 재정 건전성에 우려가 없다고 한다. 아주 철이 없는 얘기"라는 임이자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의 발언(8월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렇다"고 동의하면서다.

이재명 지사는 즉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국은 지급 여력이 충분하니 재정 건전성 때문에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홍남기 부총리께서 '철없는 얘기'라고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이재명 지사는 '평등'을 얘기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경제 정책을 집행하면서, 재원 마련에 더 기여한 국민을 빼놓는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는 설명이다.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상위 소득자를 차별하는 행위로, 국민 간 갈등과 분열만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이 아직 40%에 불과하다"며 재정에 여력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국가 채무 비율이 100%를 넘는 서구 선진국도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과감한 확장 재정 정책을 펴는데,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줘도 0.8%포인트(p) 오르는 것이 무서워 보편 지급하지 못한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의 논리가 대표 선수 격으로 거론됐지만, 선별 지급에 반대하는 쪽의 근거는 더 있다. 타격을 받은 계층을 족집게처럼 신속히 골라낼 공신력 있는 최신 자료가 마땅치 않다는 점, 지원금 목적이 취약 계층의 생계비 보전뿐만 아니라 경기 부양에도 있다는 점 등이다. 누가 더 막막한지를 가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전 국민을 상대로 일괄 지급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는 걱정이 태산이다. 선별 지급조차도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지난 2일 내놓은 '2020~2060년 장기 재정 전망'을 보면 지금의 저출산 기조가 계속될 경우 오는 2045년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은 99%까지 오른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성장률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때문에 홍남기 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줄곧 보수적인 입장을 지켜왔다. 올해 4월 재난지원금 첫 지급을 앞두고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지급해야 한다"고 했고, 재난지원금 재차 지급설이 나온 뒤에는 "찬성하지 않는다"(6월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8월14일 외신 기자 간담회)고 했다.

이렇게 치열한 밀고 당기기 끝에 선별해 주자는 결론을 냈지만,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볼 때 재난지원금 지급은 이번이 끝이 아닐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이 우려된다면, 그래서 선별 지급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려면, 기재부는 지금이라도 가구별 소득 증감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올해 들어 경제 여건이 급격히 나빠진 자영업자에게 "지난해 소득이 높으니 재난지원금을 줄 수 없다"고 해서는 여론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과제는 또 있다. "소득 하위 ○○% 가구의 경제 여건이 이만큼 나빠졌으니, 재난지원금은 여기까지 주는 것이 맞는다"는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 하위 50% 가구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할 때 간발의 차이로 배제되지만, 사정이 딱하기는 마찬가지인 50.01% 가구를 어떻게 설득할지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하지만 이 사안을 명쾌하게 풀지 못하면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관한 사회적인 호응을 끌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금고지기 입장에서 재정은 항상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큰돈이 나가는 일이 생길 때마다 "여유가 없다"는 말만 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근거와 구체적인 데이터, 정교한 논리가 곁들여져야 함은 물론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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