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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김정은 대남 사과, 왜?…반북 여론 고조에 직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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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9-25 17:00:09
"남녘 동포들 실망감 줘 대단히 미안"
외신들도 긴급 타전 "극히 이례적"
과거 김일성·김정일 사과 전례는 있어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미안"
그외엔 유감 표명하며 책임 떠넘기기
박왕자, 연평도 사건 때도 사과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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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조선중앙TV는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제9호 태풍 '마이삭'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검덕지구 지원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0.09.0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한이 25일 남측 공무원 사살 사건 경위를 설명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과했다고 밝힌 것은 극히 이례적인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대남기구 통일전선부는 이날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측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에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한 실망감을 더해준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임을 밝히며 '대단히 미안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이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진정성 있게 대응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와 관련, "신속하게 답변하고 이례적으로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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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남북한 현안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9.25.scchoo@newsis.com
로이터, AFP, 교도통신 등 세계 각국 외신도 김 위원장의 공개 사과 소식을 신속 보도했다.  AP는 "북한 지도자가 특정 이슈에 대해 남측에 사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extremely unusual)"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무참히 사살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남측에서 반북 정서가 고조되자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서 사과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에 사과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김일성 주석은 1972년 5월4일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면담하면서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관련,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한 사건으로, 우리 내부에서 생긴 좌익맹동 분자들이 한 짓이지, 결코 내 의사나 당의 의사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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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시민들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2020.09.24.  misocamera@newsis.com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5월 방북한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소속 의원에게 위 사건에 대해 "극단주의자들이 잘못 저지른 일로 미안한 마음"이라며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응분의 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구두로 전해진 사과인 반면, 이번에는 북한이 공식 문서를 통해 밝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나 정치인의 면담 과정에서 오고간 메시지가 아니라 한국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전달된 것이다.

북한은 그간 남북 간 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해오기는 했지만 책임을 우리측에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발생 엿새 뒤 유엔사 군사정전위 북측 수석대표는 유엔군 사령관 앞으로 김일성 총사령관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런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쌍방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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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뉴시스] 최진석 기자 = 군은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2020.09.24.myjs@newsis.com
1996년 동해안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해서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에 사과성명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그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공고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 유관측들과 함께 힘쓸 것"이라고 했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에 대해서는 김성령 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단장이 우리측 수석대표 정세현 통일부 장관에게 전통문을 보내 "서해 해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 충돌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 북남 쌍방은 앞으로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때는 다음 날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사망사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고 선동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을 놓고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이라면서 "그 책임은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해 인간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고 했다.

북한 통전부도 이날 통지문에서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 깊은 표현들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f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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