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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색각이상자 160만명인데…색맹을 위한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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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10-18 09:00:00  |  수정 2020-10-26 09:18:41
국회 표결 상황 전광판, 찬성과 기권 색 구분 어려워
국회 산하기관 보고서 지표도 식별 어려운 색 사용
제헌 국회 이래 색각이상 관련 입법 1건…작년 폐기
김민기 "그동안 무심해…관련 입법안 고민해볼 것"
장혜영 "국회도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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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석 282인, 찬성 272인, 반대 1인, 기권 9인으로 통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지난달 2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전광판에는 재석 282명 중 찬성 272명, 반대 1명, 기권 9명의 이름이 각각 녹색, 빨간색, 노란색으로 표시됐다. 

그러나 전광판을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추경안에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과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구분할 수는 없었다. 필자와 같은 소위 '색각이상자'에게 전광판의 색 구분은 무용지물이었다.

색각이상은 색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커 다른 색각을 가지는 것으로 특징은 어떤 색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다른 색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색맹, 색약 등으로 불린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색각이상은 흔한 증상으로 국내에서는 전체 남자의 5.9%, 전체 여자의 0.4%가 색각이상이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총 인구 5178만명(남성 2595만명, 여성 2583만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남성 색각이상자는 153만명, 여성 색각이상자는 10만명으로 총 163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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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올해 발간한 보고서 내용 중 일부.(사진=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 캡처)
국회는 올해 들어 관례적으로 제한해오던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본회의장 출입을 허용하고 소통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 수어 통역을 지원하는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왔지만 색각이상자들에 대한 조치는 미흡했다.

전광판을 통한 찬성, 기권 의원의 구별뿐 아니라 국회 예산정책처 등 산하기관에서 발간하는 자료 중에도 색각이상자에게는 구분하기 어려운 지표들이 다수 발견된다. 실제로 예산정책처에서 지난 7일 발간한 '혁신성장 전략투자의 현황 및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 중 그림1은 반도체와 자동차의 추세선을 비슷한 회색 계열로 표시해 색각이상자들에게는 구분이 어렵다.

색각이상자들을 위한 입법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제헌국회부터 제21대 국회까지의 의안 중 제안 이유로 '색약' '색맹' '색각이상'(한자 포함)을 든 경우를 검색해본 결과 지난 2019년 7월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단 1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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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민기 더물어민주당 의원. 2020.06.22. photothink@newsis.com
당시 김 의원은 제안이유를 통해 "현행법은 토지이용계획확인서의 신청이 있는 경우 발급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를 이용하는 색맹이나 색약을 가진 사람의 경우 지형도면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이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지형도면 등을 이용하는 색맹 또는 색약을 가진 사람을 위한 배려를 하도록 법률로 정함으로써 색각이상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한 채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김 의원은 "또 한 번 발의를 할 생각"이라며 "그동안 색각이상자들에 대해 무심한 측면이 있다. 색각이상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의 입법안들을 고민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회 의사중계의 수어통역, 자막, 화면해설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국회 내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혹은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최근에는 게임에서도 '색약 모드'를 지원하는 등 널리 적용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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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소통관 수어통역 시작 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해인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활동가가 수어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2020.08.10. photocdj@newsis.com
장 의원은 "색각이상자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21대 국회가 시작한 뒤 박병석 의장을 찾아뵙고 국회 안에서의 접근성 문제에 신경을 써줘야 된다고 말했다. 색약이나 색각이상 등 시각적 측면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국회가 정확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본회의 표결 상황의 경우 산회 직후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홈페이지는 시각장애인협회의 웹 접근성 표준을 인정받아 색약자를 위한 색채 대비 기준은 충족시키고 있다"며 "음성 서비스도 가능하고 텍스트를 통해 내용을 파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장 내 전광판은 의원들이 보는 게 1차 목적이고 국민들은 본회의가 산회하자마자 홈페이지에 표결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실 수 있다"며 "만약 불편한 의원이 있다면 음성 서비스 등을 안내할 수는 있는데 색맹, 색약이라는 이유로 음성 서비스를 요청한 분은 없었다"고 전했다.

식별이 어려운 국회 예산정책처 등의 자료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는 고려하지 못 하는 게 사실일 것"이라며 "기관에서 보고서를 낼 때도 색상에 대해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oonli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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