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9월 연체율 역대 최저…이유는
9월 연체율 0.30%…전월比 0.07%p↓
신규연체 줄고, 연체채권 정리 늘어
"코로나 정책 반영·리스크 관리 효과"
시중은행, 자체적인 DSR 기준 강화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연체율은 0.30%로 전월 0.38%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14%포인트 내려갔다.
지난 2007년 1월 한 달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수준이다. 지난 9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1조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줄었고,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2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7000억원 늘어났다.
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22%로 전월 말 0.27%보다 0.05%포인트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은 0.16%로 전월 말 0.18%보다 0.02%포인트 떨어졌고,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0.36%로 전월 말 0.48%보다 0.12%포인트 내려갔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 말 0.47%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이중에서 대기업대출은 0.28%로 전월 말 0.29%보다 0.01%포인트 떨어졌고, 중소기업대출은 0.40%로 전월 말 0.51%보다 0.11%포인트 내려갔다. 중기대출 중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각각 0.53%, 0.25%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각각 0.14%포인트, 0.07%포인트 내려간 규모다.
은행 연체율은 은행의 보유자산 중 가장 중요한 대출채권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다. 대출채권 중 납입기일 내 갚지 않고 연체상태에 있는 대출채권은 은행의 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감원은 연체율이 역대 최저인 것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반영된 효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물경제가 어려워지지 않게 하려고 내놨던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자상환 부담이 줄고 신규자금 공급도 많이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자금이 보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체 지표는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바로 반영되는 건 아니고 누적돼서 드러나는 것도 있다"며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일정 부분 이연된 게 있을텐데 지원정책이 계속 갈 수는 없어서 정책 효과가 사라지는 때가 오면 연체율이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은행들은 연체채권을 집중적으로 정리하는 분기 말인 데다 리스크 관리가 강화된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취급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리스크 관리인데, 무조건 한도를 줄이는 게 아니라 기업이든 가계든 빚을 갚을 수 있는 캐시플로우(현금 흐름)가 있는지 등을 살핀다"며 "다른 은행들도 굉장히 관심을 두고 집중하고 있을텐데 그게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최근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내놓기 전에 먼저 DSR 기준을 강화한 은행도 있다. DSR은 대출고객의 연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대출고객의 총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판단하기 위해 산정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9일부터 주택 관련 대출과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 DSR 100%에서 80%로 조정했다. 이미 주요 대출상품 우대금리를 낮춘 데 이어 비대면 디지털 신용대출인 올원 직장인대출, 올원 마이너스대출 2종도 11일부터 우대금리 한도가 0.7%에서 0.5%로 축소된다. 이 조치들은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와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을 최고 70% 이내로 관리한다. 지난달 16일부터 'KB 무궁화 신용대출(경찰청 협약)', '본부승인 집단 신용대출(별도승인조건적용)'은 대출가능금액을 DSR 40% 이내로 운용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DSR을 일괄적으로 100%로 변경했다. 일부 전문직군의 경우 신용대출 한도는 200%,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1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DSR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변동이 없는 상태다. 하나은행의 DSR 현행 기준은 주담대와 신용대출 모두 70%며, 각 상품별 가감은 있다. 투기과열지구 소재 9억 초과 주담대 대출 주담대를 받는 시점부터는 무조건 DSR 40% 이내가 적용된다. 우리은행도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한 달 전 9조6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더 커진 것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4년 이후 10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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