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아세안 시장 확대되고 日과는 첫 FTA…RCEP 효과는?

등록 2020.11.15 14:3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對RCEP 수출액 2690억 달러…USMCA·CPTPP보다 커

아세안 시장 94.5% 관세 철폐…車·부품·철강 등 수혜

일본산 자동차 등 관세 유지…온라인 게임 시장 열려

쌀 등 농·수·임산물은 기존 FTA 범위에서만 품목 개방

"미·중 관계 고려해 전략적인 통상 정책 추진할 것"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수출 타격으로 29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2020.05.29.  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은 15일 개최된 제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RCEP에 최종 서명했다. 사진은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2020.05.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최종 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 14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게 된다. 아세안 10개국과의 무역장벽은 더 낮아지게 되며 일본과는 첫 FTA이다. 나머지 중국, 호주, 뉴질랜드와는 기존 FTA를 통한 시장 개방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 블록별 수출 규모를 보면 대(對)RCEP 수출액은 269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5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수출 규모는 각각 898억 달러, 1260억 달러로 이보다 작다.

◇車·철강 등 아세안 수출길 열려…對日 산업 보호 주력

이번 RCEP 협정에는 아세안 10개국이 모두 포함돼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기존 한·아세안 FTA와 비교해 품목별 관세 철폐 수준이 최대 14.7%포인트(p) 높아진다. 이를 통해 나라별로 91.9~94.5%의 관세가 철폐된다.

품목별로 보면 인도네시아는 자동차부품, 철강재용기, 형강, 합성수지, 베어링, 섬유사, 의료위생용품 등에 대한 관세가 없어진다.

필리핀은 자동차부품, 화물자동차, 아연도강판, 철강관, 의약품, 베어링, 폴리에스터섬유 등에서, 태국은 자동차부품, 원동기, 화물자동차, 합성수지, 섬유기계, 의료위생용품, 세정용품 등에서 관세율이 0%가 된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음반 녹음, 영화제작·배급·상영 등을 추가 개방해 아세안에 대한 한류 확산 여건을 만들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 자동차부품, 철강 등 우리 핵심 품목뿐 아니라 섬유, 기계부품 등 중소기업 품목과 의료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유망 품목에 대한 추가 시장 개방 효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시장 확대되고 日과는 첫 FTA…RCEP 효과는?



RCEP이 체결되면 일본과는 첫 FTA를 맺게 된다. 이러면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대국 상위 5개 나라인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와 모두 FTA를 체결하게 된다.

양국의 철폐 수준은 품목 수로는 83%로 같다. 수입액으로 따지면 일본은 78%로 우리와 비교해 2%p가량 더 많이 관세를 철폐했다. 공산품의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세 철폐율은 각각 91.7%, 94.1%다.

정부는 일본에 대한 우리 산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국익에 맞게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동차와 기계 등 주요 민감 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 품목의 경우 10~20년 동안 장기적으로 관세를 내리거나 단계적으로 줄이는 비선형 철폐 방식을 활용해 우리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했다.

우리나라의 10년 이상 장기 관세 철폐 품목 비중은 41.6%로 일본(17.1%)보다 높다. 품목 수로 보면 우리나라의 20년 철폐와 비선형 철폐 품목은 각각 455개, 105개다. 반대로 일본은 2개, 0개다.

서비스 부문에서 일본은 온라인 게임과 관련된 분야를 일부 개방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가장 우려했던 자동차와 기계 관련 품목은 양허에서 빠졌고 중소기업의 중간재 조달 부담은 완화될 것"이라며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충분한 보호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산업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외에 양자 FTA가 체결돼 있는 중국(91%)과 호주(100%), 뉴질랜드(100%)와는 기존 FTA의 수준의 시장 개방을 유지하기로 했다.

◇쌀·마늘·고추 등 민감 품목 보호

이번 RCEP에서 우리나라는 농·수·임산물의 경우 민감성 보호를 위해 대부분 기존 FTA에 포함된 범위 내에서만 품목을 개방했다.

핵심 민감 품목인 쌀, 마늘, 양파, 고추, 사과, 배, 명태(냉동) 등은 양허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수입액이 큰 바나나, 파인애플, 새우(냉동), 오징어(냉동), 돔(활), 방어(활) 등도 양허 제외로 보호했다.

역내 통일된 무역 규범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도 지닌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중국, 아세안, 호주를 세탁기를 수출할 때에 원산지 기준이 각각 달랐지만 앞으로는 RCEP으로 통일돼 우리 기업의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RCEP 협정 참여국 전역에서 재료를 조달·가공하더라도 재료 누적을 인정받게 된다. 이러면 역내 생산 가치사슬이 형성돼 산업 연계가 강화될 수 있다.

저작권·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포괄적인 보호 규범과 민·형사 절차, 통관 등 구제 수단도 마련된다. 특히, 온라인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규범이 마련돼 한류 콘텐츠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디지털 기술 발전 추세를 반영해 역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전자상거래 챕터도 새로 도입된다. 데이터의 자유로운 국경 이동과 컴퓨터 설비 현지화 요구 금지 원칙 등을 규정해 급성장 중인 전자상거래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생과 검치 조치도 지금보다 구체화된다. 수입 식품에서 위생 검역과 관련된 중대한 부적격 사유가 발생하면 수출국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할 수도 있다.

[서울=뉴시스]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8차 RCEP 장관 영상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08.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8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8차 RCEP 장관 영상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08.27. [email protected]



◇"RCEP 목표는 아세안 시장…CPTPP와는 무관"

일각에서는 이번 RCEP가 중국 주도의 FTA이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CPTPP 가입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반면 정부는 RCEP이 중국 주도가 아닌 아세안 중심의 FTA라고 말한다. 또한 일본과 호주도 RCEP에 참여해있다는 점에서 CPTPP와 상반된 개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즉, 미국과 중국 간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RCEP 협상이 시작된 2012년 당시 미·중 갈등이 지금과 같았던 상황은 아니었다"며 "정부 입장에서 이번 RCEP의 목표는 아세안 시장으로 오래된 FTA를 개선해 시장 양허를 확대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자주의 중심의 전략을 펼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아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며 "미·중 관계를 고려해 면밀하고 전략적인 통상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RCEP 서명 이후 국회 비준 동의 등 국내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