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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보이, 우승…'쇼미더머니9'은 어떻게 성공했나

등록 2020.12.21 13: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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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보이, 5년 만에 재도전 우승

[서울=뉴시스] 릴보이. 2020.12.21. (사진 = 엠넷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릴보이. 2020.12.21. (사진 = 엠넷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저는 다이나믹 듀오와 슈프림팀, 에픽하이의 아들이거든요."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쇼미9)에서 래퍼 릴보이(29·오승택)가 우승한 일은 힙합계 변화의 상징 중 하나다.

릴보이와 루이가 속한 힙합듀오 '긱스'는 지난 2011년 데뷔, '오피셜리 미싱 유(Officially Missing You)' 등을 히트하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멜로디컬하고 감성적인 요소 등 상업적 대중음악 색을 띠고 있다며 힙합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독보적인 랩 스킬을 보유한 릴보이는 지난 10월 첫 방송한 '쇼미더머니9'가 이달 18일 종방할 때까지 부침 없이 안정된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 2015년 '쇼머더머니4' 출연 이후 5년 만에 재도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쇼미더머니9' 파이널에서 들려준 경연곡 '크레디트(CREDIT)'는 릴보이의 장점을 모두 녹여낸 곡이었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에 랩 플로우와 발성이 돋보였다.

'쇼미더머니9'에서 릴보이가 속한 팀의 프로듀서인 자이언티와 기리보이 그리고 대세 힙합가수 염따까지 피처링으로 가세한 '크레디트'는 대중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 곡이었다.

"요즘 들어 바쁘게 시간을 보냈지 / 아끼던 내 신발 색이 바랬으니 / 불과 몇 달 만에 많은 것이 변했나 봐 / 너는 내게 찾아와서 물어 How you feel / Well I feel love I feel blessed / 과분하게 많이 받은 것 같아"라는 노랫말은 릴보이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했다.

긱스의 동료 루이는 릴보이 우승 직후 소셜 미디어에 "이 못된 세상에서 가족을 지키는 일이란 배에 차오르는 물을 퍼내는 일과 같아서 그들이 노리는 우리의 구멍을 막아내고 항해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잠시 뭍에 들러 쉬며 배를 고쳐보는거야. 앞으로도 화이팅 행복하자"고 적었다.

쇼미더머니, 다양성을 품다

릴보이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쇼미더머니9'는 성공적인 시즌으로 평가 받는다. 

[서울=뉴시스] '쇼미더나인9' 파이널. 2020.12.21. (사진 = 엠넷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쇼미더나인9' 파이널. 2020.12.21. (사진 = 엠넷 캡처) [email protected]

가장 큰 이유는 릴보이를 비롯 힙합계의 다양성을 포용한 점이다. 특히 개성 강한 래퍼 머쉬베놈이 2위를 차지했다. 대전 출신으로 충청 지역 억양을 끌어안은 머쉬베놈의 랩은 맛깔스럽다. 조선후기 소설을 읽어 주던 낭독가인 전기수(傳奇叟) 같은 풍모도 간직한 그가 '조선 솔(Soul)'을 가지고 있다는 평도 있다. 

지난해 '쇼미더머니8'에 출연, 플로우와 라임을 중시하는 랩스타일로 주목 받았던 래원은 이번 시즌에 '성장 서사'를 썼다. 가사에 별 의미를 담지 않아 평가절하됐던 그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원슈타인을 제치고 결승전에 올라 주목 받았다.

스윙스는 4위를 차지했지만, 이번 시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래퍼다. 그가 이번 시즌에 경연자로 출연한 건, 쉽게 예상하기 힘든 행보였다.

'쇼미더머니' 시즌2에서 3위를 차지하며 주목 받은 스윙스는 '쇼미더머니' 시즌 3, 7, 8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경연자들을 프로듀싱하고 평가하는 자리였다. 그러니까 이번 시즌에 우승을 해도 본전이었다. 다른 프로듀서의 평가를 받아야 하고, 쓴 소리도 들어야 했다.

스윙스는 파워풀한 래핑에 기반을 둔 실력과 별개로 온라인 상에서 적(敵)이 많은 편이다. 본인도 "난 숨만 쉬어도 욕 먹는 래퍼"라고 털어놓았다. 작년에는 '인맥 힙합'의 장본인으로 지목 받고, 일부에센 '퇴물 래퍼'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정면 돌파'하는 뚝심을 선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호의를 얻어냈다.

이와 함께 세미파이널까지 올라간 유일한 여성 래퍼인 미란이를 비롯 원슈타인, 쿤디판다, 언텔 등 톱8 모두 기량을 인정 받았다는 것도 이번 시즌에서 주목할 점이었다.

쇼미더머니, 안정적인 힙합 플랫폼되다

'쇼미더머니' 시리즈는 지난 2012년 출발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비주류이던 힙합을 대중화하겠다는 의도가 좋게 평가 받았다.

[서울=뉴시스] 사이먼 도미닉, 스윙스. 2020.12.21. (사진 = '쇼미더나인9'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이먼 도미닉, 스윙스. 2020.12.21. (사진 = '쇼미더나인9' 캡처) [email protected]

하지만 오랫동안 활동해온 래퍼들에 대한 푸대접, 정통성 등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일부 래퍼들은 보이콧하기도 했다. 이후 이 시리즈가 흥행하면서 다양한 래퍼들이 참여를 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안팎의 여러 사건으로 여러 구설에도 올랐다. 

이번 시즌은 초반에 오왼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하차한 것 외에는 큰 구설이 없었다. 시청률도 안정적이었다. 지난 10월 16일 첫 회 1.1%를 시작으로, 지난 18일 마지막회가 2.1%였다.

경연을 통해 공개된 곡들이 인기 아이돌들의 신곡을 제치고,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며 '국힙'(국내힙합)의 위상을 다시 확인시켰다. 특히 그루비룸이 프로듀싱하고 미란이·먼치맨·쿤디판다·머쉬베놈·저스디스가 함께 부른 'VVS'는 각종 음원차트 정상을 질주하기도 했다. 

'영 보스'(우승자)만을 위한 프로젝트 힙합 레이블 론칭, 상금 1억원, 미니 쿠퍼 등 우승 특전이 상당했던 만큼, 사전에 지원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역대 최다 인원인 2만3000명이 지원했다.

힙합계의 관심이 쏠린 만큼, 힙합 역사의 무대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일 세미 파이널에서 스윙스와 사이먼 도미닉의 '악역' 협업 무대가 대표적인 예다.

스윙스와 사이먼 도미닉은 지난 2013년 한국 힙합계 초유의 '컨트롤 디스전'에서 서로를 공격했던 사이였다. 그런 두 사람이 가수 이하이와 함께 선보인 화합의 무대는 한국 힙합계 역사를 관통하는 무엇이었다.

시즌이 이어지다보니, 그루비룸과 저스디스처럼 그간 얼굴을 비치지 않았던 프로듀서들도 합류하며 신선함을 더했다.

반대로, 기리보이처럼 '명장 프로듀서'도 탄생하게 됐다. 그는 이번 시즌 포함 세 시즌 연속 우승자를 배출한 프로듀서다. 시즌 7의 우승자 나플라, 시즌 8의 우승자 펀치넬로도 기리보이 팀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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