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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독설 심사' 박진영은 왜 착해졌나...맹해진 오디션 프로

등록 2021.07.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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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영이 'K팝스타'(SBS) 참가자 임영은에게 심사하고 있는 모습(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진영이 'K팝스타'(SBS) 참가자 임영은에게 심사하고 있는 모습(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오디션프로가 맹해졌다.  

이전 오디션을 휘어잡던 독설 심사위원들이 말랑해지면서다. 날카로운 지적과 진심어린 조언으로 긴장감을 이끌던 '독설의 맛'이 사라졌다.

예전 방송을 보면 아직도 신선하다. 폐부를 찌르는 화살같은 지적에 순간 정적감까지 선사하며 재미를 준다. 가수 심사위원들도 날 것의 펄떡거림이 있었다. 

2013년 12월1일 당시 인기리에 방송됐던 경연 프로그램 'K팝스타'(SBS)현장을 보자. 참가자 임영은이 폭풍 성량을 자랑하며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속했던 잭슨파이브의 'Who's Loving You'를 끝마쳤다.

박진영은 공동 심사위원인 양현석, 유희열에 앞서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마이크를 낚아챘다.

"예술 점수 0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어요. 상상만 해도 너무 아파요. (나와 헤어진 사람이) 다른 사람하고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 품에 안겨서 입맞춤하고. 이 감정 어디갔어요? (지금) 저를 보고 웃어요? 빵점이에요. 혼나야 돼요. 예술 작품이라는 건 감정의 표현이에요. 좋은 가수가 되기 전에 좋은 연기자가 되세요. 가수가 되기 전에 좋은 연기자가 되세요. 이 가사가 무슨 내용인지 알고 몰입하세요. 집중하세요."

박진영은 몇 초 안 되는 심사평이지만 안타까운 듯 탄식하는가 하면 임영은이 한심한 듯 양현석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심사 막바지의 목소리에는 격양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유희열은 멋쩍은 듯 눈치를 살핀다.

이랬던 박진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달 5일 싸이와 함께 야심차게 내놓은 '라우드(LOUD)'(SBS)에서는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사평은 한층 부드럽고 나긋나긋해졌다. 때로는 심사를 제쳐두고 감탄을 연발하며 참가자들의 무대를 대놓고 즐기며 '심사평' 대신 '감상평'을 내놓는다. 지적보다는 발전 방향을 짚어준다.

"작사 능력이 정말 뛰어나고 소질이 있어요. 전 설렜어요. 햇볕을 가득 쬐서 완전히 녹은 모습 무대에서 보고 싶어요."(JYP 연습생 이계훈에게)
[서울=뉴시스]박진영이 '라우드'에서 감상평에 가까운 심사를 내놓고 있다.(위) 또 참가자의 아쉬운 무대 태도에 대해서는 진심을 담아 차분하게 조언하고 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진영이 '라우드'에서 감상평에 가까운 심사를 내놓고 있다.(위) 또 참가자의 아쉬운 무대 태도에 대해서는 진심을 담아 차분하게 조언하고 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마루는 큰 일이다. 춤, 노래 시력이 아니라 아마루란 사람은 겉멋이 1도 없어. 그런데 왜 춤하고 노래만 하면 겉멋 든 사람을 보이지?"

"고맙습니다. LOUD에서 이런 무대가 나와야하거든요.", "JYP(로 와라)", "와(감탄) 대박이네요!"

경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날선 비판으로 참가자들을 바짝 얼어붙게 했던 심사 스타일이 달라졌다. 어느새부터인가 경연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의 장점을 칭찬하고 보완할 방향을 제시해 다음 라운드에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무엇이 이들의 태도를 바꿨을까?

참가자들의 실력 향상

[서울=뉴시스]'슈퍼스타K' 참가자의 예상보다 저조한 실력에 웃음을 터뜨린 심사위원 이하늘(왼쪽부터), 이승철, 백지영. 유튜브에서 '슈스케 레전드', '슈스케 웃음' 등을 검색하면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하기엔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들의 모습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슈퍼스타K' 참가자의 예상보다 저조한 실력에 웃음을 터뜨린 심사위원 이하늘(왼쪽부터), 이승철, 백지영. 유튜브에서 '슈스케 레전드', '슈스케 웃음' 등을 검색하면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하기엔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들의 모습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09년 '대국민 오디션'을 표방한 Mnet '슈퍼스타K'(슈스케) 등장 이후 10년 넘게 방송사들이 앞다퉈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놨다. 가요, 힙합, 크로스오버, 밴드 등 장르를 불문한다. '미스터트롯'(TV조선) 트로트로 정점을 찍더니 최근 아이돌 경연이 유행하는 모양새다.

주목할 점은 경연 역사만큼이나 참가자들의 수준도 향상했다는 점이다. '슈스케'에서 등장했던 웃음으로 소비됐던 참가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본선 이전의 예선 무대부터 실력자들이 즐비한다.

'라우드'의 연출인 이환진 PD는 "기본기들이 많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기본적인 건 말을 안 하게 됐다. 보시면 알겠지만 예전 과거 경연 프로그램에서 보던 소위 '개그캐(릭터)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N 보이스킹의 박효석 CP는 "(일부 심사위원이) '보이스트롯' 심사위원과 겹친다. 예선전을 할 때 (직전 해에 진행된) '보이스트롯' 때보다 (심사를) 더 힘들어하셨다. 실제로(참가자 수준이) 더 올라갔다. 누구를 떨어뜨려야 하나, 기준이 상향 평준화되더라. 좀 더 치열해졌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사회의 변화…"경쟁보단 화합. 독설보단 칭찬"

[서울=뉴시스]14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은주 구글 수석디자이너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어 한국을 떠났지만 미국살이 중 어느 날 한인사회 위주로 교류하며 사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국보다 더 작은 우물에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곤 절망한다. 이후 한동안 괴로워한다. 오랜 고민 끝에 '우물 안 개구리'의 핵심은 우물 안에서 불행해한다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후 '바다 개구리'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행복한 개구리가 되기로 결심한다. 김은주는 인사 시기가 돼 불안해 하는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세계 최고의 천재들일 것이라며 모두의 부러움의 대상인 이들은 그녀의 이메일에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이들은 "정말 고마워. 내가 나여도 괜찮다는 걸 다시 깨닫게 해줘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등의 메시지가 담긴 수십 통의 답장을 보내왔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14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은주 구글 수석디자이너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어 한국을 떠났지만 미국살이 중 어느 날 한인사회 위주로 교류하며 사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국보다 더 작은 우물에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곤 절망한다. 이후 한동안 괴로워한다. 오랜 고민 끝에 '우물 안 개구리'의 핵심은 우물 안에서 불행해한다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후 '바다 개구리'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행복한 개구리가 되기로 결심한다. 김은주는 인사 시기가 돼 불안해 하는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세계 최고의 천재들일 것이라며 모두의 부러움의 대상인 이들은 그녀의 이메일에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이들은 "정말 고마워. 내가 나여도 괜찮다는 걸 다시 깨닫게 해줘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등의 메시지가 담긴 수십 통의 답장을 보내왔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7.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등만 살아 남는, 1등조차 살아남기 버거운 적자생존 사회에 모두가 신음하고 있다. 1등만 살아 왕관을 쓰는 경연 형식과 핏대를 세우고 인상을 쓴 채 잔소리처럼 퍼붓는 심사평에 시청자는 신물이 난다. 특히 MZ세대로 대표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더이상 꼰대 같은 설교(심사평)와 피터지는 경쟁 그림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빠들은 보고 싶지만 박진영이랑 싸이 보기 싫어서 안 봐요."(10, 경기 시흥)

그나마 말이라도 곱게 해야 어린 친구들이 채널을 고정하지 않을까.

Mnet '프로듀스' 시리즈는 아예 10여 명을 그룹으로 뽑겠다고 공고하고 팀으로 데뷔시켰다. TV조선은 '미스트롯1'에서 송가인 하나로는 장기 흥행이 안 되자 '미스터트롯'에서는 상위 3명에게 진, 선, 미를 주고 또 상위 6명(김호중 제외)을 'TOP6'로 묶어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며 시청률로 재미를 보고 있다. '라우드' 역시 그룹 데뷔를 목표로 한다.

'보이스킹' 박효석 CP는 "오디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긴장감은 유지하되 편안함을 추구한다. 착한 경쟁을 통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게 시대정신 것 같다. 이 트렌드가 오디션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오래된 말이 있다. 심사위원들에게도 그런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참가자들이 노래라는 진정성으로 뭉친 만큼 심사위원진에게 조금은 편안한 심사를 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출연자들은 심사위원의 따뜻한 한마디에 (꿈을 포기하려는 발걸음을) 돌아 세우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라우드'의 이환진 PD는 "시놉(시스)에도 나온다. 서바이벌이나 경쟁을 강조하지 않는다. 팀이 돼 가는 협력에 주안점을 둔다. 오디션의 목적이 달라졌다. 1등이 돼 무대에서 조명을 받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게 (우리 경연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PD는 "코로나 한 가운데서 론칭한 프로그램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옛날처럼 '생존', '넘버원' 같은 가치가 없다. 이런 기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션 참가자가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일까.

20년의 무명 시절을 겪고 '보이스킹'에서 우승하며 얼굴을 알린 리누. 그는 이번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대해 "장점을 많이 봐 주셨다"고 평했다.

리누는 "날카로운 지적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지적보다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해서 너무 좋았다' 같은, 어떨 때는 약간 감상평 같은 느낌의 심사평을 해 주셨다. 그런 부분들이 마음이 편안했다. 소향 선배님의 경우 제가 장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그대로 짚어 주셔서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다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제2의 '슈스케', 제2의 '프듀', 제2의 임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금 시간대를 편성받고 두 자릿수를 바라보던 '라우드'의 시청률은 4회 만에 4%대로 떨어졌다. 이미 3라운드까지 진행됐지만 화제성 지표에서도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Mnet은 8월6일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을 방송한다. MBC는 9월 '극한데뷔 야생돌'과 11월 '방과후 설렘'을 선보인다. '방과후 설렘'은 빌보드 차트인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걸그룹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선보인 '오디션계의 제왕' 한동철PD가 나서 특히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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