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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이라고 모두 문해력 높지 않았다"

등록 2021.10.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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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10월호 발행

한글날 맞아 '조선시대 선인들의 문자이야기' 조명

"조정 관리들마저 글 이해하지 못했다는 일화 전해져"

그림=권숯돌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림=권숯돌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조선시대 양반이라고 모두 문해력은 높지 않았다.

한국국학진흥원은 9일 한글날을 맞아 '조선시대 선인들의 문자이야기'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10월호를 발행했다.

이번 호에서 맹영일 교수는 '문자의 나라 조선의 문해력'이란 글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해력 저하 문제의 심각성을 살핀다.

문자 중심의 조선 사회에서 문해력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양반이란 특권층이자 지식층에서 문해력 향상을 위해 어떤 교육과 학습을 했는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소개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읽기 영역에서는 OECD 37개 회원국 중 5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역량을 측정하는 문항의 경우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25.6%의 정답률을 보였다.

문맹률이 높았던 조선시대에는 문해력을 논할 수 있는 집단은 양반뿐이다.

양반이라고 모두 문해력이 높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조정의 관리들마저 글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일화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조선 후기에는 오직 지식층인 양반의 특권이었던 문자 배우기가 널리 확장돼 여성들에게 글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흐름이 나타났다.

1912년 11월 추운 겨울날,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펼친 김대락(金大洛, 1845~1914) 선생은 조선의 잘못된 교육풍습을 떠올리며 어린 손녀에게 천자문을 직접 써서 가르쳤다.

그림=권숯돌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림=권숯돌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김대락 선생은 변화하는 시대에 한자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문영 작가는 '정생의 언문일기'에서 학동들에게 '가을이 깊어지니 말이 살찐다'는 '추고마비(秋高馬肥)'의 뜻을 가르치느라 진땀을 빼는 정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가을이 되면 흉노의 말들이 살찌고, 그러면 흉노가 말을 타고 침략해 오니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동들은 '말을 잡아먹으려 살찌운다'라는 등 기상천외한 대답으로 정생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정작 정생을 난감하게 한 것은 제자 광덕이가 건넨 종이 한 장이었다.

한자도, 한글도, 일본어도 아닌 문자 같으나 문자가 아닌 무엇인가가 쓰인 종이였다.

정생은 그것이 예언서나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단서라도 되는 듯 약간은 설레며 고심했다.

결국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던 궁녀가 적은 다과 목록을 궁녀들만의 암호로 적은 종이임을 알게 됐다.

중국어, 몽골어, 인도어까지도 문자에 관해 풍부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지만 궁녀들 사이의 암호까지는 미처 해석하지 못했던 정생은 멋쩍어 한다.

그림=권숯돌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그림=권숯돌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권숯돌 작가의 '이달의 일기-글귀가 어둡다구요?'에서는 1749년 최흥원(崔興遠)의 '역중일기(曆中日記)'에 기록된 일화 중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어느 노비의 이야기 등을 다룬다.

당시는 노비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이 희귀한 일이어서 심부름 온 노비에게 테스트 삼아 써보라고 했었던 시대였다.

1912년 김대락(金大洛) 선생의 '백하일기(白下日記)'에 기록된 여자를 가르치지 않는 조선의 교육풍습을 개탄하며 직접 천자문을 써 손녀를 가르친 이야기도 웹툰으로 담았다.

조선의 여인들은 '바느질할 치(黹)'라는 한자를 몰라도 바느질과 길쌈을 훌륭히 해내면 되는 때가 있었다.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미디어로 본 역사 이야기-연애편지'에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글 창제를 위해 고군분투한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한자만이 '유학의 도(道)'가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신하에게 '작개언로(作開言路) 달사총(達四聰)'을 강조한다.

즉, 언로를 키워 사방 만민의 소리를 들으라는 것이 유학에서 임금에게 가장 강조하는 덕목이라 하며 유학에 반(反)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김민옥 교수는 "국민 대부분이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세대 간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문해력이 저하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문자보다는 이미지로, 글보다는 영상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시각적 문해력이 중요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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