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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16년만에 개편...디폴트옵션은 무엇

등록 2021.12.10 11:22:19수정 2021.12.10 13: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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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금 보장 포함, 극적인 개선 어려워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 희석, 아쉽다"

퇴직연금 16년만에 개편...디폴트옵션은 무엇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국회에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내년 6월부터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불고 있다. 다만 당초 법안과 다르게 원리금 보장형도 디폴트옵션에 들어가 극적인 수익률 개선까진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또 원리금 보장형만으로 구성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어 수익률 개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부정적 시각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년 6월께부터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가 시작된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직접 선정하지 않은 경우, 미리 지정한 방법으로 운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가입자가 4주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된 운용방법에 따라 운용됨이 통지되고 2주 경과 후부터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이 시작된다.

퇴직연금 가운데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IRP)이 대상이며 DC는 규약 사항으로 의무 도입(Opt-out), IRP는 가입자가 디폴트옵션 적용을 원할 경우 가입(Opt-in) 가능하다. 단 디폴트옵션 적용 중이라도 언제든지 적립금 운용방법을 직접 선정할 수 있다.

이번 디폴트옵션은 오랜 기간 증권사들이 추진해왔던 제도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옵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근로소득자들이 DC형 퇴직연금을 운용함에 있어 전문성과 관심이 부족해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운용돼 수익률이 낮았고, 이로 인해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크게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이 디폴트옵션을 운영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을 제외하고 모두 디폴트옵션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1981년 401k 제도를 도입하고 QDIA라는 디폴트옵션을 만든 이후 현재 7%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고, 호주는 1992년 슈퍼애뉴에이션 제도를 도입하고 My Super라는 디폴트옵션을 제도화한 결과 2000년대 이후 연 평균 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국내 수익률은 절반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말 기준 DC형 퇴직연금의 1년간 수익률은 3.57%로 나타났다. 특히 퇴직연금 가운데 86.4%를 차지하고 있는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은 1.74%에 불과하다. 3분기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266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30조원이 1%대의 낮은 수익률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법안이 개정되면서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그간 은행업권은 퇴직연금이 손실날 가능성을 제기하며 디폴트옵션 도입을 반대해왔다. 이에 원리금 보장상품이 포함되는 것으로 금융투자업계가 한발 양보하며 법안이 개정됐다.

개정된 법안 내용 중 디폴트옵션에 ‘하나 이상의 운용유형을 포함해야 한다’는 요건이 명시돼있다. 디폴트옵션은 원리금 보장상품 혹은 집합투자증권(펀드)으로 구성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온 것은 아니나 경우에 따라 퇴직연금사업자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만 운영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 개선"이라며 "하지만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포함돼 수익률 개선이 상당히 느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나 호주가 원리금 보장형을 디폴트옵션에서 제외했던 것은 일시적인 손실이 나더라도 평균적인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원리금 보장형 도입으로 디폴트옵션의 취지가 희석돼 아쉽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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