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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發 인구절벽 오나…증가율 역대 최저·출산 거부 움직임도

등록 2021.12.25 19:00:00수정 2021.12.25 20: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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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구 증가, 건국 이래 최저 수준…1차대전·스페인독감 시기보다 낮아

저출산 추세와 맞물려 더욱 우려…코로나19 남녀 생식능력 영향도 주목

[샌디=AP/뉴시스]지난 2020년 4월6일 유타 샌디 소재 마운틴 아메리카 엑스포 센터에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과부하 대응을 위해 대체 돌봄 장소가 마련된 모습. 2021.12.22.

[샌디=AP/뉴시스]지난 2020년 4월6일 유타 샌디 소재 마운틴 아메리카 엑스포 센터에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과부하 대응을 위해 대체 돌봄 장소가 마련된 모습. 2021.12.22.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건국 이래 가장 느린 속도(Slowest Rate Since Founding of the Nation)."

미국 인구조사국(USCB)은 지난 1년 자국 인구 증가율을 두고 이같은 표현을 썼다. 21일(현지시간) USCB가 공개한 추산 결과,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7월1일까지 미국 50개 주의 인구 증가율은 0.1%에 그쳤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기 전까지, 미국에서 인구 증가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제1차 세계 대전과 스페인 독감으로 대규모 사망이 발생한 191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미국의 인구 증가율은 0.5%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창궐한 코로나19가 이런 역대 기록을 깨뜨렸다. 집계 기간 미국 내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 순증 인구는 14만8043명으로, 이민으로 인한 인구 순증(24만4622명)보다 처음으로 뒤처졌다.

코로나19는 최근 심장마비와 암에 이어 미국인의 사망 원인 3위로 꼽힌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는 현재까지 최소 80만3500여 명이다. 2019년 미국 총 사망자 수(285만4838명)의 5분의 1을 넘는 수치다.

대규모 사망이라는 비극이 낳은 인구 증가 둔화, 이는 코로나19만 종식되면 해결 가능한 문제일까. 불행히도 전망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이와 관련, 린다 G. 칸 뉴욕대 랑곤헬스 메디컬센터 교수는 지난 9월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전 임신을 고려했던 여성 중 3분의 1 이상이 더는 임신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美 코로나發 인구절벽 오나…증가율 역대 최저·출산 거부 움직임도

칸 교수는 관련 보도자료에서 "코로나19 창궐은 여성이 가족을 늘리는 일을 망설이게 했고, 일부는 당초 가지고자 했던 아이의 수를 줄이게 했다"라며 "이는 팬데믹이 낳을 수 있는 잠재적인 장기적 영향의 한 예"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의도하지 않은 출생 감소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월 홍콩중문대학교 연구진이 홍콩메디컬저널에 게재한 연구 결과, 코로나19 수용체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안치오텐신전환효소(ACE2) 하향조절이 정상적인 난소 발달 등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제시됐다.

해당 연구 저자들은 아울러 ACE2 변화로 염증 촉진 반응을 일으키는 산화스트레스도 증가할 수 있다며, 이 역시 생식 능력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6~7월에는 이스라엘 소라스키 메디컬센터와 텔아비브대 등 연구진이 코로나19 감염 여성 35명을 상대로 진행한 연구에서 폐경기 전 여성 두 명이 생식기 유전자 증폭(PCR) 검사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 밖에 영국의학협회(BMA) 노조가 발간하는 의학 저널 BMJ에는 최근 코로나19가 여성의 생식 능력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관한 연구가 예고되기도 했다. 중국 청두 중의약대학병원 소속 연구진이 13~49세 여성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美 코로나發 인구절벽 오나…증가율 역대 최저·출산 거부 움직임도

폴란드 루블린의대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학술저널 MDPI에 "코로나19 감염이 여성과 남성 모두의 생식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하는 건 합리적으로 보인다"라며 코로나19 감염 매커니즘과 인간 생식 기관·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기록적으로 둔화한 인구 성장이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일단 팬데믹 대응이 가능하면 미국 사망자는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출생 수가 적어져 인구 성장은 몇 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이 경우 단순히 인구 문제를 넘어 경제·안보 영역에서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전세계적 출생률 급감 현상과 겹치며 코로나19의 인구통계학적 영향이 작지 않으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미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 시절 미국에서는 사망률이 높았던 도시에서 제조업 생산 능력 감소 등을 겪은 바 있다. 현재 미국 역시 노동력 부족으로 코로나19 창궐 이후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국토안보부(DHS)를 통해 2022회계연도 비이민 임시 취업비자 H-2B 발급 건수를 2만 건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미 경제잡지 포천은 향후 "사회 보장 등 프로그램에 세금을 낼 수 있는 젊은 노동자의 이민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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