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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같이 갈 걸…" 설 맞은 붕괴 피해 가족들의 회한

등록 2022.01.29 16:02:56수정 2022.01.29 16: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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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HDC 신축 아파트 붕괴 19일째…실종자 5명 구조 소식 '감감'
"손녀 재롱 기다렸을 텐데" "아버지 같던 형…식사라도 할 걸"
"자상한 남편…딸은 '아빠랑 아이스크림 먹겠다'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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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붕괴 19일째이자 설 연휴 첫날 29일 사고 현장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이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아 쥔 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1.29.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아버지 말대로 가족 여행 갔더라면 사진은 남았을 텐데…"

광주 서구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에 남아 구조를 기다리는 건설 노동자 5명의 가족들이 설 연휴 첫 날을 맞았다.

붕괴 사고 19일째를 맞았지만 수색·구조 작업은 더디기만 하고, 가족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치고 슬픈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 아버지의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한 대학생은 29일 오후 "제겐 '츤데레'(애정이 있지만 겉으론 쌀쌀 맞은 성격) 같은 분이셨다"며 이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평소엔 무덤덤하고 부탁도 잘 안 들어주시던 분이다. 막상 집에 오면 제가 원하는 걸 구해다 주셨다"면서 "공부를 하다 밤 늦게 귀가하면 안 주무시고 기다리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족도 중요하다. 주말엔 함께 여행 갈 시간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중요한 시험이 끝나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는데…못 가게 되서…"라고 말하다 목이 메였다.

힘겹게 입을 뗀 그는 "갔었으면…사진이 남았을 수도 있는데…"라며 "너무 힘들어요 같이 갔으면 추억이 더 많았을 것 같아…그게 너무 힘들어요"라며 붉어진 왼쪽 눈을 손으로 비볐다.

대학생의 어머니는 "남편이 평소 아들에게 '놀 땐 마음껏 놀아라'라는 말을 많이 했다. 할머니를 찾아뵙자고 하니 아들은 '3월 시험 끝나고 갈게요'하고 말았다. 아들이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아들과 함께 현장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도 "너무 힘이 들어 앉아 있을 수 없고 밤에는 잠도 못 자고 몸에 경련이 온다. 병원에서 진정제를 맞지만 효과가 없다. 심장이 아파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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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붕괴 19일째이자 설 연휴 첫날 29일 사고 현장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1.29. wisdom21@newsis.com



사고 19일째이자 설 명절 연휴 첫날인 이날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듯 했다.

또 다른 사고 피해자 아들은 "현장을 많이 다니셔서 다른 가족보다도 명절이 더 소중하다. 네 살배기 제 딸은 아버지가 엄청 아끼던 손녀다"며 "이런 일이 없었다면 아마 장난감을 사서 손녀 재롱을 보려고 기분 좋게 집에서 기다리고 계셨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다들 즐거운 명절이라서 상대적으로 더 상실감이 크다고도 했다.

최근 발견돼 구조가 진행 중인 실종자의 한 아내는 "자상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어렵게 얻은 딸 하나 키우려고 열심히 산 사람인데 이런 사고를 당하니 너무 힘들다"며 "딸은 아빠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아빠랑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는데…"라고 울먹였다.

"평소 모든 사람에게 잘하고 이런 일 당할 분도 아닌데…단지 일하기 위해 왔던 건데 일을 당하니 정말 억울하다"며 "너무 힘들어요. 기다리는 게 힘들어요. 살아 계실 것 같고 구해주길 기다릴 것 같은데 시간만 더디 간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 입장에선 현산이 좀 더 적극적으로 했다면 이렇게 시간이 갔을 것 같지 않은데…"라며 눈을 지긋이 감고 고개를 떨궜다.

다른 피해자 가족도 "어떤 상태인지 일단 빨리 보고 싶어요. 형님이랑 나이 차이가 많아 어렸을 땐 몰랐는데 크면서 사이가 조금씩 멀어진 게 너무 미안하다"며 "아들처럼 대해줬던 형인데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면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사고 나기 전 가족들이 모여 밥이라도 한 끼 먹을 걸하고 후회스럽다. 온 가족이 여기 모여 기다리고 있다"며 "형님만 나오면 가족들이 모두 모일 수 있으니까 빨리 좀 나왔으면…"하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남편이 당한 사고가 꿈이기만 바란다는 한 아내는 "저기 계신 분 모두 한 푼 더 벌어 하루 연명하기 바쁜 성실한 이들이다. 하루 빨리 구조가 끝나 가족 품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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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현장 붕괴 사고 19일째인 29일 오전 구조 당국 관계자들이 201동 건물에서 소형 굴삭기를 이용해 철근·콘크리트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2022.01.29. wisdom21@newsis.com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려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사고 사흘 만에 구조됐던 노동자 1명을 제외한 5명 중 2명은 지난 25일과 27일 무너진 201동 27~29층 2호실 잔해물 사이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이들 모두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집어넣은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 위치가 파악된 상태다. 그러나 최상층인 39층부터 겹겹이 내려앉은 바닥·천장 슬래브, 깨진 콘크리트 더미와 철근·배관 등이 뒤엉켜 있어 구조대원 진입이 여의치 않다.

중수본은 콘크리트 슬래브를 깨부수거나 철근 가닥을 일일이 잘라가면서 통로를 확보, 수색·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실종된 노동자 3명은 사고 19일째인 이날 오후까지 붕괴 현장 내 어디에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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