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비트코인 사재기, 제재 회피 효과 없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로 비트코인이 4700만원 선까지 하락한 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서 관계자가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2022.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퇴출로 비트코인 사재기를 시작하자 국제 정계에서는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이용해 제재 회피를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국내외 정계에서는 러시아의 암호화폐 매집에 대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를 통한 금융 제재 우회에 대한 걱정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달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기축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해 자산을 이동시키기 위한 대피처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급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슈로 하락했던 비트코인은 러시아의 수요 확대로 지난달 28일 10%가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루블화 가격이 내리면서 자산가치 보존을 위해 러시아에서 비트코인을 대량 매수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이에 국제 정계에서는 러시아가 비트코인을 이용해 금융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암호화폐 역시 거래 제한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비트코인으로 경제 제재를 피하기에는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도 기술력도 과대평가돼 있다는 의견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이용해 국제적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BI는 해외 파트너들과 함께하며 효과적으로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막기 위한 효율적인 기술과 전략에 대한 많은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최종적으로 금융통화에 접근해야 하는데 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에 이어, 미국과 EU 전역의 정부들은 재정적으로 러시아의 피해를 줄 목적으로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퇴출하겠다는 금융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금융범죄단속망과 유럽위원회(EC) 등 많은 기관과 부서는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할 가능성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9일(현지시각) 암호화폐 규제 틀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아울러 암호화폐가 러시아의 제재 도피처로 사용될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 시장이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양을 지원할 만큼 충분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으며, 러시아의 가상자산 인프라 역시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블록체인협회의 제이크 셰르빈스키 암호정책 대표는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암호화를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가 미국 달러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 기업이나 개인이 러시아와 거래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있는 이유에서다. 그는 "(거래 수단이) 달러든, 금이든, 조개껍질이나 비트코인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재정 규모가 암호화폐 시장을 훨씬 넘어서는 크기이며 제재 회피 수단으로 쓰이기에는 암호화폐 거래 시스템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미국의 암호화폐 자금 세탁 방지 솔루션 기업 TRM랩스의 에어 레드보드 법률 및 정부소송 책임자도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제재 회피를 위한 자연스러운 억제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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