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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세계 2위' 러시아, 여전히 영공 장악 못한 이유는?

등록 2022.03.18 16:06:19수정 2022.03.18 16: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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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허술한 준비…우크라, 기지있는 전략

전문가 "러, '영공 점령'엔 리스크 클 것"

방공 시스템 등 서방 무기 지원 변수도

'직접 개입 주저' 서방에 우크라 운명 달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연설하고 있다. 2022.03.18.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연설하고 있다. 2022.03.1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가장 놀랄만한 지점은 우크라이나에 비해 압도적인 공군 능력을 보유했으면서도 영공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CNN은 러시아군이 실패한 이유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러시아의 허술한 준비 ▲우크라이나의 정보에 기반한 현명한 자원 사용 ▲서방 동맹국의 무기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1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러시아-우크라 엄청난 군사력 차이

군사 보고서 상 러시아의 군사력이라면 빠르게 지상전에서 승리하는 것은 물론 공군이 신속하게 영공을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러시아는 1391대의 전투기를 소유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132대의 전투기를 갖고 있고 헬리콥터 948대로 보완하고 있다. 또 러시아 전체 국방 예산 역시 458억달러(약 55조554억원)로 우크라이나의 약 10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저지할 만큼 영공 장악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전직 에스토니아 국방사령관 출신인 리호 테라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자군의 비행장을 공격하기 전에 정보를 입수해 비행기를 이동시킴으로써 공군의 상당 부분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피 안트로부스 프리먼 항공우주연구소 연구원이자 전직 영국 왕립 공군장교는 "우크라이나는 초기에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리했다"며 "이 때문에 러시아는 잘못된 안보 인식을 갖게 됐고 우크라이나는 동맹국들의 지원이 도착하는 동안 계속 자국의 공군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증강 병력에는 지금까지 사용해온 S-300 대공 방어 시스템과 스팅어 미사일, 자벨린 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이런 미사일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공군의 수준을 크게 업그레이드해준다.

마이크 맥컬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상임위원은 CNN에 "러시아제 S-300은 스팅어 미사일보다 높은 고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300은 미사일의 패트리어트 배터리와 같은 높은 고도의 대공 방어 시스템이다. 우크라이나가 이 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 앞으로 더 지원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오랫동안 공중과 지상에서 러시아를 저지할 수 있는지는 물음표다.
[라돔(폴란드)=AP/뉴시스] 2011년 8월27일(현지시간) 폴란드 라돔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폴란드 공군이 전투기를 비행하고 있다. 이 중 두 대는 미국이 만든 F-16 전투기이며 나머지 두 대는 러시아가 만든 MiG-29 전투기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더 많은 무기 지원을 세계에 요청하고 있다. 2022.03.18.  *재판매 및 DB 금지

[라돔(폴란드)=AP/뉴시스] 2011년 8월27일(현지시간) 폴란드 라돔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폴란드 공군이 전투기를 비행하고 있다. 이 중 두 대는 미국이 만든 F-16 전투기이며 나머지 두 대는 러시아가 만든 MiG-29 전투기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더 많은 무기 지원을 세계에 요청하고 있다. 2022.03.18.   *재판매 및 DB 금지


영공 장악하려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

러시아의 군사력이 훨씬 크다는 점, 나토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기를 꺼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쟁이 장기화를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는 동맹국들의 무기 지원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안트로부스 연구원은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는 푸틴 대통령이 이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렸다"며 "시리아 대통령 편에서 반군과 싸웠던 러시아군의 전술을 반복하고 싶은지에 따라 또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에서 보였던 것처럼 극단으로 갈 의향이 있다면 우크라이나가 지원 받은 대공 무기로 인해 러시아는 더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중장기적으로 다른 이익의 희생하면서 장비와 병력 면에서 얼마나 손해를 볼 용의가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영공을 장악하는 데 감당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또한 알려지지 않았다.

런던 왕립 연합 서비스 연구소의 공군 기술 연구원 저스틴 브론크는 "러시아가 지속이 불가능한 정도의 손실을 입지 않고는 다수 국가보다 공군력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고 본다"고 CNN에 말했다.

이어 "러시아 공군이 대규모의 복잡한 공중 작전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영공 점령은 지상전에서 러시아가 어느 지역을 통제하고 있느냐에 달려있기도 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려면 우크라이나 국경 밖에서 폭격기를 발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테라스 전 국방사령관은 "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외곽에서 대부분의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한 우크라이나의 거대한 영공을 얼마나 장악할지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어떤 전략적 지역을 방어할지를 현명하게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국회의사당 라이히슈타크에서 화상 연설을 한 후 독일 의회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03.18.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국회의사당 라이히슈타크에서 화상 연설을 한 후 독일 의회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03.18.  *재판매 및 DB 금지


'직접 개입' 주저하는 서방…우크라 운명 달려

이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또 다른 지점은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S-300 방공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상당수 무기는 구소련 시절의 것으로 얼마나 쉽게 재공급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S-300은 옛 소련이 개발한 방공 시스템으로 사정거리 수백 ㎞를 날아가는 순항미사일과 전투기를 격추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공을 보호할 수 있는 대공 시스템을 호소하며 S-300를 언급한 바 있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수년 전부터 S-300을 보유하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물자를 보내기로 잠정 합의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S-300을 보낼 수 있는 나토 국가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나토는 러시아와의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을 것임을 여러 차례 분명히 했다. 미국은 같은 이유로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등 동유럽국가들이 무기를 보내는 것을 막았다.
 
폴란드는 앞서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제 MiG-29 전투기를 보내는 대신 미 공군 F-16 전투기를 받아 군사력 공백을 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러시아와 다투고 있는 영공으로 전투기를 보내는 것은 나토 동맹 전체에 심각한 우려를 일으킨다며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8억달러의 추가 안보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직접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 이 지점이 우크라이나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가장 힘든 부분이다.

테라스 전 국방사령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군에게 더 많은 지상 기반, 공중 기반 방어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 구소련 시절의 전투기들을 넘겨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방어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하게 좋은 전투기가 유럽 주변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것에 서구 동맹이 얼마나 의향이 있느냐는 정치의 문제다.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오랫동안 값비싼 전쟁을 정당화할지는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국의 영공을 지킬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맹공에 항전하는 기적을 보여줬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다른 이들의 손과 인내심에 맡겨질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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