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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새댁 정보라 작가 "부커상 수상요? 0%죠"

등록 2022.05.16 16: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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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저주토끼(Cursed Bunny, 아작) 저자 포항서 기자회견
2020년 포항 출신 남편과 결혼해 정착…대부분 집필 포항에서
"작가들 작품 읽어주시면 대한민국에서 노벨문학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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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이바름 기자 = 16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시청에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5.16. right@newsis.com

[포항=뉴시스] 이바름 기자 = 마음대로 쓴 글이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노력해서 썼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를 일이다.

'저주토끼'(Cursed Bunny, 아작)를 쓴 정보라(46) 작가의 이야기다.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에 내 마음대로 써보자 하고 쓴" 소설집 '저주토끼'는 지난 달 7일 부커상(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6편에 선정됐다.

부커재단은 정 작가에 대해 "정보라는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대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공포와 잔혹함을 이야기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 18개국에 출판이 예정된, 대한민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진 정 작가를 16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에서 만났다.

정 작가는 포항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없다. 0%"라고 말했다. 누가 수상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누군가는 수상하겠죠?"라며 "여기까지 왔으면 됐다"는 말과 함께 웃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정 작가는 결혼과 함께 포항에 살게 된 '포항 새댁'이다. 지난 2020년 8월 포항 출신 남편과 결혼해 한반도 동남쪽 작은 항구 도시에 정착했다. 남편은 포항 출신인 임순광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자문위원장이다. 시어머니도 포항 죽도시장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결혼 이전까지 단 한 번도 포항땅을 밟아본 적 없었다는 그는 "데모하다가 남자와 사랑에 빠져 포항에 내려왔고, 지금은 포항과도 사랑에 빠졌다"며 작품 대부분의 집필 작업을 포항에서 하고 있다.

만고의 진리인 사랑은 정 작가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모양새다. 그의 작품은 결혼 이전과 결혼 이후로 확연히 나눌 수 있을 만큼 변화가 크다.

정 작가는 "결혼 이전까지는 저주토끼 책도 그렇고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썼다"며 "포항에 오고나서는 발랄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 거 같고, 단편 '문어'에서부터는 명확하게 노동운동 이야기가 들어갔다고 허정범(Anton Hur) 번역가가 이야기를 하더라. 아무래도 노조위원장과 결혼을 했으니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포항과 정이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정만 든 게 아니라, 포항에서 바라보고 마주한 모든 순간이 정 작가에겐 글을 관통하는 소재로 다가온다.

죽도시장에서 구매한 '대게'가 사실 러시아 연방정부가 일본까지 이어지는 해저 가스관을 몰래 건설하기 위해 고용한 '예브게니'였다는 설정이 그렇고, 발이 8개 달린 연체동물인 '문어'가 정 작가의 눈과 손을 거쳐 지구 정복을 위해 우주에서 온 외계생물체였다는 소설도 마찬가지다. 포항 전체가 정 작가에겐 소설의 원천인 셈이다.

현재 정 작가는 포항 송도해변을 배경으로 한 단편 '상어'도 집필하고 있다.

정 작가는 "'상어'는 송도 바닷가에 죠스가 나타난 이야기라고 오해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소설 첫 문장을 '송도에 상어가 나타난 게 아니다'라고 쓰려고 한다"며 "차기작은 죽도시장에서 가짜 돔베기를 파는 상인을 시장 상인들이 물리치는 이야기를 쓰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단에서는 취급받지 못하는 장르문학, 그것도 SF(공상과학)라는 비주류의 글을 쓰고 있는 정 작가는 "SF가 본인을 선택했다"고 강조한다.

"과학도 약하고 수학도 못했던" 어린 시절의 정보라가 2014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최한 SF어워드에서 중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당시의 영향이 현재의 정도경(필명)이자 정보라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더 뛰어난 작가들이 모처에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정 작가는 "저주토끼라는 표제작을 발표한 곳은 환상문학웹진 '거울'이었다. 그 작품을 쓰게 된 이유도 거울에서 12지신 특집을 함께 하자고 해 집필하게 된 것"이라며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계속 봐주시고 읽어주시면 대한민국에서 노벨문학상이나 부커상도 충분히 탈 거라고 생각한다. 저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커상은 지난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한국 작품 최초로 수상하면서 한국에 알려졌다. 한강은 2018년 '흰'으로 같은 부문 최종 후보까지 올랐고, 2019년에는 황석영의 '해질 무렵'이 같은 부문 1차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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