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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지빈 "첫 성소수자 연기…새로운 색 칠한 느낌이죠"

등록 2022.05.2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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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박지빈, 성전환증 '생선' 역 맡아
"과장해 표현하지 않으려 노력"
마트 수산코너 직원 연기…시장·경매 참고
"아역 이미지 탈피 고민하지 않아"
차기작은 스릴러 장르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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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박지빈. 2022.05.26.(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캐릭터였어요. 제 안에 새로운 색을 칠한 느낌이에요."

배우 박지빈(28)은 최근 종영한 tvN 수목극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성전환증을 가진 '생선'을 연기했다. 생선은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Gender identity)이 다른 인물이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다.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치마를 입었다. 화려한 메이크업을 누구보다 잘하고 좋아한다. 생선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에게 부정당했고, 갈등을 빚다 절도 전과도 생겼다. 성장 과정 내내 성별 불일치(Gender Incongruence)로 힘들어했다. 여장하고 돌아다녔다는 이유로 친구 '경아'(권소현)를 살해했다는 의심까지 받는다. 쉽지 않은 캐릭터인 만큼 신중하게 준비했다. 이언희 PD와 대화를 통해 생선의 서사를 이해했다.

"처음 맡아 보는 역할인데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 조심스러웠어요.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표현하되 과장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외모를 꾸밀 때도 과하지 않게 '정말 내가 예뻐지려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생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성소수자들이 나오는 영화, 인터뷰 등을 참고했어요.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진실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늘 고민했어요. 젠더가 중심인 작품이 아니다 보니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좀 어려웠어요. 연기에 집중하면서 좀 예민해졌어요. 운동하면서 열심히 찌워놓은 살이 다 빠지고 근손실도 왔어요."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평범한 동네에 의문이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코믹 수사극이다. MS마트 인턴 '안대성'(이광수)과 지구대 순경 '도아희'(김설현), 대성 모친 '정명숙'(진희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범인을 추리했다. 생선 역시 극 초반 범인으로 몰렸다. 4회에서 대성과 명숙은 생선의 집에 몰래 침입해 그를 전기충격기로 기절시켰다. 깨어난 생선은 "나는 내 입으로 내가 남자라고 말한 적 없다. 여자처럼 보이는 옷을 입는다고 살인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취급하는 건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생선이 대성과 명숙에게 과거의 아픔과 결핍을 고백한 후 용의선상에서 제외돼요. 대성과 아희는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생선을 회식에 초대하죠. 1, 2회에서는 대성의 과거 이야기를 풀었어요. 3, 4회는 제가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했어요. 그 뒤에는 '야채'(오혜원) '정육'(이교엽) '공산'(김미화) 사연이 차례로 공개됐어요. 각자 본인이 맡은 회차를 잘 소화했어요. PD님께 앵글을 어떻게 쓰고,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많이 물어보고 연구했어요. 스릴러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라 웃긴 포인트를 잡으려 노력했어요.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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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박지빈. 2022.05.26.(사진=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생선은 수상한 느낌을 풍기는 인물로 등장했지만 점점 밝은 성격과 인간미를 보여준다. 생선이 능청스러운 목소리와 살가운 행동으로 호객하는 장면은 기존 이미지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대사가 별로 없었는데 생선 파는 장면부터 대사가 늘어났다. 생선이라는 인물의 한 부분을 표현하는 신이었다. 그가 남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말 없는 친구가 아니라  밝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마트 안에서 그렇게 생선을 팔지는 않더라고요. 유튜브로 수산물 경매를 찾아보고 시장에 가봤어요. 생선 손질하는 방법을 직접 배웠어요. 생선을 팔면서 랩과 노래를 해요. 혼자 대사도 만들어보고 여러 소품을 이용해보려고 했어요. 어디에 소속돼 일한 적은 없지만 친구들과 카페를 운영한 적 있고, 빵을 납품하는 공장에 가봤어요. 생업으로 하는 분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여러 경험을 해봤어요."

8부작 드라마로 촬영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배우들과 돈독한 사이가 됐다. 박지빈은 "광수 형과 처음 작품 해보는데 무척 세심했다. 본인 감정선뿐만 아니라 주인공으로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했다. 힘을 잃지 않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광수 형과 진희경 선배님이 현장 분위기를 좋게 이끌어줬다. 각자 맡은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설현이와 화장품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여자들이 어떤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지 물어봤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합이 좋지 않으면 나올 수 없었던 케미"라며 웃었다.

2001년 뮤지컬 '토미'로 데뷔해 대표 아역배우가 됐다. 영화 '가족'(2004) '안녕, 형아'(2005) '아이스케키'(2006) '샬롯의 거미줄'(2007) '다시, 봄'(2019),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2002~2003) '이산'(2007~2008) '꽃보다 남자'(2009) '선덕여왕'(2009) '메이퀸'(2012) '돈의 화신'(2013) '배드파파'(2018) '빅이슈'(2019) '구경이'(2021)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부모님의 권유가 아닌 자의였다. "학원에 다니거나 엄마가 시켜서 배우가 된 게 아니에요. 재밌어서 하다가 활동 기간이 길어졌어요. 사춘기가 오고 인생 슬럼프를 겪으면서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아역 때부터 항상 촬영장이 불안하고 두려웠어요. 그런 환경에서 연기하면서도 늘 재미를 찾았던 것 같아요."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아역 이미지 탈피에 관한 질문을 늘 받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꼭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보여도 박지빈에게는 그렇지 않다. "풀려고 해서 풀리는 문제면 누구나 다 풀 수 있겠죠.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작품에 출연해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요. 대중의 마음이나 남의 시선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아요. 사람들이 보는 내가 맞아요. 가령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데 비슷한 이미지가 부족하다면 노력해서 그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겠죠. 이게 배우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술, 담배 등 성인만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게 제 직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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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박지빈. 2022.05.26.(사진=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특별출연한 KBS 2TV 월화극 '붉은 단심'에서도 굳이 아역과 성인 연기를 나누지 않았다. 1회에서 '이태'(이준)의 아역으로 등장해 탄탄한 서사를 쌓았다. "1회부터 4회까지 모두 아역이 연기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성인 이태의 감정선을 받아 이어가고 또 마지막에는 넘겨줬다. 어떤 사람들은 박지빈이 아직도 아역을 맡는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태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과거 시절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를 원하고 쓰임이 된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임한다"고 털어놨다.

가장 출연하고 싶은 장르는 청춘 멜로다. 20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20대 초반 군대 가기 전에는 청춘 멜로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이미 그 시기를 지난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야 하는데 어린 내가 연기했다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었을까. 드라마 '연애의 발견'(2014) '또 오해영'(2016)처럼 연애를 현실적으로 다룬 작품이 좋다. 툭툭 내뱉는 호흡, 묘사가 재밌다. 나이가 들며 만나는 사람, 경험이 달라지고 많은 감정이 쌓이면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금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편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크다. 현장에서 불안감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려 노력한다. 군대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앞으로 인생을 생각했다. 10대에 계획한 20대의 큰 틀을 정확하게 따라가고 있다. 지금은 30대의 틀을 더 단단하게 세우고 있다. "서른 살이 되자마자 거울을 보고 싶어요. 그때는 어떤 시야를 가졌을지 너무 궁금해요. 다른 쪽으로 해보고 싶은 게 생기고 실제로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넓어질 것 같아요. 어떤 감정일지는 모르겠지만 서른 살의 나를 마주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늘 앞으로 제 인생이 궁금해요. 30대가 되든 40대가 되든 저는 늘 제 안에서 싸우고 있을 것 같아요."

차기작은 OCN 드라마 '블라인드'다. 억울한 피해자가 된 사람들과 불편한 진실에 눈감은 가해자들을 그린다. 형사와 판사, 사회복지사, 9인의 배심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박지빈은 해커 수준의 실력을 갖춘 컴퓨터 보안업체 직원 '정인성'을 연기한다. "함께 하나의 사건을 취재해나가는 내용인데 전 배심원단 중 한 명이에요. 묵직한 스릴러 장르라 피와 땀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pe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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