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우리들의 블루스…"신나는 음악"

등록 2022.05.27 13:48:44수정 2022.06.07 09:37:5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세계적 권위의 '제37회 세계블루스대회' 톱5…韓 처음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2022.05.27. (사진 =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들의 블루스'

인기 드라마 제목이 가장 어울리는 밴드가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다. 애절하고 원통한 한(恨)이 펄펄 끓어 넘칠 것만 같은 블루스에 대한 편견을 기분 좋게 깨트려 나가고 있는 팀.

경쾌하고 신나는 블루스를 선보이는 이 밴드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블루스'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앞서 행복과 느긋함의 블루스를 보여준 '최항석과 부기몬스터'의 바통을 이어 받아 더 젊고 더 리듬감 넘치는 블루스를 들려준다.

지난 6~9일 미국 멤피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블루스대회(International Blues Challenge)'에서 톱5를 기록하면서 본토에서 명실상부 '블루스 뮤지션'으로 공인 받았다. 국내 연주팀이 블루스 분야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이 대회 결승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블루스대회는 미국 각 주, 각 국을 대표하는 블루스 뮤지션이 참가해 자웅을 겨루는 대회. 블루스 장르에서 가장 큰 페스티벌로, 프로 뮤지션들이 경연한다. 올해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컨템포러리 블루스 앨범에 선정된 뮤지션 크리스톤 킹피쉬 잉그램(Christon Kingfish Ingram) 등이 발굴됐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는 "타이트한 리듬과 빈티지한 기타의 톤이 독특한 스타일의 블루스" 등이라는 평을 받으며 미국 본토와 전 세계의 블루스 뮤지션 중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00년대 초 블루스의 본고장인 멤피스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초청받았던 한국 블루스의 거목인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강조하던 '한국 블루스 뮤지션의 세계 진출' 바통을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가 이어 받은 것이다.

리치맨(기타·보컬·차이삭·30), 베이스 백진희(37) 드럼 아이오(이의호·34)로 구성됐다. 리치맨트리오로 활약하다,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를 만든 최항석의 소개로 백진희가 합류하면서 팀의 꼴이 완성됐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2022.05.27. (사진 =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의 리듬감 넘치는 연주를 듣다 보면 즉흥적으로 "나이스 그루브"라고 외치게 된다. 이들의 댄서블(danceable)함은 당대의 댄스뮤직과 경합한다. '백문이 불여일청'이다. 최근 용산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에서 만난 세 멤버의 삶은 각자의 블루스를 갖고 있었다. 이들의 인생과 음악은 블루스로 들어가는 온건한 입구가 되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리치맨 씨와 아이오 씨는 2019년에 '세계블루스대회'에 참가 당시 예선 탈락을 했는데요, 이번엔 괄목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난 대회 참가 당시 제가 한국에서 하는 블루스 음악의 특색과 달라, 연주나 노래를 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현지 문화를 이해하려면, 제가 여기서 태어났어야 하는데… 이번엔 최대한 (대회에 맞는) 방향성을 잡고자 했습니다."(리치맨)

"저는 아직도 꿈 같아요. 여전히 무대 올라가기 전 대기실에 있는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연주에) 후회되는 부분도 있는데 정말 과분하죠."(아이오)

"팀에 뒤늦게 합류한 뒤 두 친구가 '세계블루스대회' 얘기를 해줬는데 '형도 가봐야 느낄 수 있다'고 했어요. 저 역시 가봐서야 이 친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게 됐죠. 하하."(백진희)

-현장에서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면서요.

"예선 1, 2차가 끝나고 세미 파이널 무대를 할 때 저희 소문을 듣고 온 분들로 클럽이 꽉 찼어요. 제 노래에 따라부르는 구절이 있는데 뒤에서 연습하고 계시더라고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니까, 진짜 감사했죠."(리치맨)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2022.05.27. (사진 =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블루스대회는 블루스 연주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세계블루스대회에는 국내에 블루스 음악을 전파하기 위해 결성된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에서 매년 예선전을 치러 참가자를 선발한다. 올해는 밴드부문에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솔로 부문에 하헌진이 선발, 현지에서 총 네 번의 공연을 펼쳤다.)

"미국 내 각 주(州), 세계 각 국가의 대표들이 나오는 거니 올림픽이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같은 왕중왕 느낌이죠.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는데, 이젠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 같은 알만한 뮤지션들도 출전해요. '뮤지션 오브 뮤지션' 같은 느낌의 분들이 모이는 자리죠. 그렇게 참가만으로 인정을 받는 자리라 감회가 남달라요."(리치맨)

-블루스는 국내에서 아직 소수 장르인데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중학교 때 처음 기타 연주를 시작하면서 게리 무어, 스티비 레이 본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카피했어요. 특히 레이 본에 꽂혀 그 분의 1, 2집을 계속 연주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블루스 콘텐츠'에 들어가게 됐죠. 비비킹, 프레드킹, 앨버트킹 같은 블루스 아티스트 분들의 음악을 카피하게 됐죠. 그러다가 (블루스 음악의 선구자인) 블라인드 윌리 존슨를 알게 된 거예요. 화려한 기타 연주자가 아닌데 음악이 너무 너무 좋았어요. 그 때 깨달았죠. '내가 기타를 좋아하기보다 블루스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그 때부터 블루스를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 먹게 됐습니다. (블루스의 어떤 지점이 와 닿았는지 물음에) 사람마다 맞는 게 달라 표현이 어렵지만 최대한 설명을 하자면 '가장 에너지와 솔(Soul)을 직접적으로 전달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리치맨)

-진희 씨는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셨고, 블루스의 매력을 느끼게 됐나요?

"교회에서 베이스를 시작했고, 처음엔 직업으로 삼은 생각은 없었어요. 군대를 다녀온 뒤 악기 렌털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계속 베이스 연주자들에게 눈이 가더라고요. 이후 재즈 아카데미에 들어가 베이스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죠. 그러다 아는 형이 블루스 클럽에서 '베이스를 쳐볼래?'라고 제안을 했어요. 블루스가 뭔지 몰랐는데 근음(根音)만 짚으면 된다고 해서 갔어요. 당시엔 아르바이트 같은 개념으로 블루스를 접해 크게 재미를 못 느꼈어요. 그러다 리치맨, 아이오 두 친구와 연주하면서 블루스가 재밌다고 느꼈죠."(백진희)

-아이오 씨는 블루스를 어떻게 접하게 된 건가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2022.05.27. (사진 =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저도 교회에서 시작했어요. 두드리는 게 재밌어 매력을 느꼈죠. 고등학교를 다니는 대신 음악 학원 다니면서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하고 검정고시를 봤어요. 실용음악에서 블루스를 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 때 먼저 접했는데 솔직히 당시엔 재미가 없었어요. 저도 리치맨 동생을 만나고 블루스에 재미를 느꼈죠. 제가 배운 건 고전적인 블루스였는데 리치맨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표현할까' '오늘의 에너지를 어떻게 표햔할까' 거기에 중점을 맞춰서 음악을 하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꼈고, 저 역시 거기에 빠졌습니다."(아이오)

-리치맨 씨가 결국 진희 씨와 아이호 씨의 블루스 열정에 발화점이 됐네요.

"이전에 블루스에서 중요한 건 기타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리듬이에요. 그래서 리듬 파트를 다루는 형님들 입장에서는 더 할 게 많아지고, 더 다양해지죠. 쉽게 말하면 심벌 치는 타이밍에 대해 말씀 드리고 '(드럼 세트의 일부분인) 하이햇을 몇인치로 써주세요' '베이스의 서스테인(sustain)은 이정도만 가주세요'라고 집요하게 또는 세부적으로 요청드려요. 그렇게 하다보니 형들이 할 게 많아지고 재밌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제가 미국에서 들었던 블루스는 '신나는 느낌'이었어요. 그걸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커 리듬 악기가 중심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리치맨)

-리치맨 씨의 블루스는 경쾌한 느낌입니다.

"블루스하면 행복하니까요. '마음이 부자'라는 뜻에서 리치맨이라는 활동명을 지었고요, 이름대로 정말 부자가 되면 좋고요. 하하. '리치맨과 그루브 나이스'라는 팀명은 '장기하와 얼굴들' '밥 말리와 더 웨일러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를 따라 지은 거예요. '나이스 그루브'라고 해야 완성형 문장인데, 좀 더 팀명을 하찮게(?) 짓고 싶기도 했고 어감이 더 좋아 그렇게 결정했죠."(리치맨)

-한국식 블루스라는 것이 있을까요?

"답변하기가 애매한 부분이에요. '한국식 파스타' '한국식 피자'가 처음부터 한국식으로 펼치려고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세계블루스대회'에 참가한 현지 뮤지션이 저희를 보고 '이것이 K-블루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느끼신 분들이 그렇게 말씀 해주시는 거죠. 저희는 최대한 (본토) 블루스를 하려고 해요. 제가 2019년 '세계블루스대회' 참가 당시 느낀 본토 블루스는 좀 더 그루브했고, 좀 더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이었어요.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음악이라고 느꼈죠. 느린 템포의 노래도 발라드처럼 느리지 않고, 타이트했어요. 저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한국에서 블루스를 하고 있죠. 제가 인생을 담을 나이도 안 됐고, 인생의 쓴맛을 어떻게 담아낼까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아요. 그걸 억지로 끄집어내는 것도 아닌 거 같아요. 항상 솔직하게, 지금 느낀 것을 표현하려고 해요."(리치맨)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2022.05.27. (사진 =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진희 씨는 삶에서 '이게 블루스'라고 느낀 적이 있나요?

"전 삶 자체가 블루스예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죠. 저희가 달리는 연주를 하다가 리치맨이 신호를 주면 리듬을 간소하게 만들면서 분위기를 잡는 걸 자주 해요. 하루의 삶도 그렇잖아요. 상쾌하게 시작해도 발 걸려 넘어질 수 있고…. 인생이라는 것이 되게 즉흥적인데 블루스와 삶이 그렇게 닮아 있지 않나 합니다. 같은 곡을 오늘 연주하는 것과 내일 연주하는 것이 기조가 비슷하더라도, 느낌이 다르거든요. 짜여진 연주가 아니다보니 같게 연주한 적이 없어요. 삶도 그렇죠."(백진희)

-아이오 씨는 삶이 블루스 같다고 느낀 적이 언제입니까?

"리치맨 씨가 차 사기를 당해서 돈을 못 받고 끝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노래(트랙스(T.r.a.x))로 만들어서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나 사기당했다'고 이야기하며 노래하는 거예요. 그런 모습에 '인생이 블루스구나'라고 느꼈어요. 슬픈 일을 슬프게 풀어낸 것이 아니라 유쾌하게 풀어낸 것이 블루스인 거죠. 그런 해학적인 것이 예술의 한 부분으로서 크게 다가왔어요."(아이호)

-이번 '세계블루스대회' 톱5 성과 이후 많은 계획을 세우실 거 같아요. (실제 미국 시카고의 유명 블루스 클럽 '버디 가이스 레전드'가 이들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저희가 처음 참가했을 기억을 기반 삼아 기대를 전혀 안 했거든요. 이번엔 파이널리스트에 올라가면서 큰 힘을 받았어요. 한국에도 진짜 좋은 블루스 뮤지션이 많아요. 미국 현지 블루스 뮤지션들과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면 더할 나위 없죠. 저희처럼 어린 블루스 뮤지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에게도 정말 감사하고요. 무엇보다 블루스는 라이브가 매력이에요. 이번 기회를 계기로 더 많은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걸로 족해요."(리치맨)

"무엇보다 블루스 관련해서 더 노출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블루스 자료조차 찾아보기 힘드니까, 일반 분들은 모르실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이번에 미국에서 증명 받은 느낌이 있어서 한국에서 더 신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백진희)

"'세계블루스대회' 참가 당시 일찍 탈락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그래서 이번에 작전을 짰던 내용들이 몇가지 있어요. 타이트한 리듬, 관객들과 적극적 소통, 무대 위에서 행복하게 연주하는 것. 당연히 무대에 맞고 틀린 건 없지만, 이번 기회가 저희가 연습하고 목표한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기 확신을 심어 줬죠. 이 길로 더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아이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