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최고' 6%대 물가 목전…정부, 전기요금 인상 '딜레마'
전기요금·도시가스 요금 1년 새 11% 상승
정부 물가안정책에도 고공행진 이어질 듯
한전, 16일께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제출
2분기에는 동결 결정…"국민생활 안정 도모"
"요금 상승 피할 수 없어…영향 최소화해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에 영향을 주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오는 20일쯤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7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계량기 모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요인으로 오른 연료비 따라 조정단가도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소비자물가 등도 상승해 있는 상황은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22.06.0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물가 안정을 택할 것인지, 한국전력(한전)의 적자 규모를 줄일 것인지를 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행 체계에서는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연료 가격이 뛴 만큼 전기요금도 올려야 하는데, 최근 고공행진 중인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정부로서는 쉽게 공공요금 인상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요금을 동결하면 연료비 인상에 따른 비용은 모조리 한전이 떠안게 된다.
8일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 지수는 107.62(2020=100)로 1년 전보다 9.6% 상승했다. 전기료(11.0%), 도시가스(11.0%), 상수도료(3.5%) 등 공공요금이 모두 오름세인 탓이다.
여기에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개인서비스 등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4% 올랐다. 이는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예상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하반기 평균 상승률은 5%에 육박해야 한다. 통계청 역시 연간 상승률을 4.3%로 제시하면서 물가가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정부는 식용유, 돼지고기, 밀 등 식품원료의 관세를 0%까지 낮추는 등 생활·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들이 이를 피부로 느끼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물가안정대책에 따른 소비자물가 하락 효과가 0.1%포인트(p)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당장 정부의 62조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이 이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2022.06.07. [email protected]
이런 상황에서 조만간 정부는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의 인상·인하 또는 동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조정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요금 조정은 물가와도 연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게 된다.
한전은 오는 16일께 정부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요금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분기마다 연료 구매에 들어간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연료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국제유가 등에 따라 한전의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자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가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한전은 지난 1분기 7조7869억원 적자를 내면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취약한 재무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안전장치가 연료비 연동제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2분기에는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로 ㎾h당 33.8원을 책정한 바 있다. 이는 2분기 실적연료비(kg당 584.78원)가 직전 1년간의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338.87원)와 비교해 72.6% 상승한 것을 반영한 결과다.
단, 연료비 조정단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분기당 최대 3원까지만 올릴 수 있고, 이 때문에 한전은 최대치인 ㎾h당 3.0원의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후 정부는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적용 유보 의견을 한전에 통보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 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댔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 전력그룹사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는 그룹사 대표자들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2.05.18. [email protected]
올해 하반기 물가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오르게 되면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기록을 쓰게 되는 것인데, 이제 막 출범한 새 정부가 이를 감당하기는 버거울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 이후에 결론을 낼 것"이라며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반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상 요인이 분명한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그대로 두면 한전의 적자 규모는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화석연료 가격 상승과 전력 산업 인프라 투자 등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상승은 피할 수 없다"며 "대신 요금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은 독점시장이기 때문에 원가 상승분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나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1.09.2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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