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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한중 운임 17년간 담합 해운사 무더기 적발…과징금 800억

등록 2022.06.09 12:00:00수정 2022.06.09 12: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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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컨테이너 정기선사 운임 담합 제재 마무리

한~일 15개·한~중 27개 국내외 선사 담합에 참여

70여 차례 운임 합의에도 대부분 해수부 신고 없어

사업자단체인 한근협·황정협 중심으로 회의 진행

운임 거부한 화주에는 입고 거부 등 보복 이뤄져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2.05.31.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2.05.3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라인 등 약 17년간 한국~일본, 한국~중국 항로에서 담합한 국내외 선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해당 선사들은 기본운임의 최저 수준으로 설정하고 각종 부대운임을 도입·인상하는 식으로 수입을 늘렸다. 또한 각자의 기존 거래처는 손대지 않는 방식으로 운임 경쟁을 제한했고, 합의된 운임을 받아들이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보복 조치도 감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일 항로에서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운임을 합의한 15개 선사(14개 국적선사, 1개 외국적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800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9일 밝혔다.

한~중 항로의 경우 200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68차례 운임 합의가 이뤄졌고, 이와 관련된 27개 선사(16개 국적선사, 11개 외국적선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번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 각각 86.5~93.7%, 70.1~83.5%에 달한다.

일본·중국·동남아 등 3개 항로에 최저운임 도입

담합 과정을 보면 지난 2003년 10월 고려해운, 남성해운, 흥아해운 등 주요 선사 사장들은 한~일, 한~중, 한~동남아 등 3개 항로에 최저운임(AMR)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긴급유류할증료(EBS)와 터미널 조작 수수료(THC), 컨테이너 청소비(CCF), 서류 발급비(DOC) 등 다양한 부대비용을 도입하거나 인상했다.

선사들은 대형화주들의 입찰이 이뤄지는 시기를 전후로 회합·이메일 등을 통해 투찰 가격을 합의했다. 통상 가격은 선사들이 합의한 최저운임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됐다.

이들은 담합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합의 운임에서 10달러를 높여 투찰하거나 낙찰된 선사 이외에는 화물 선적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선사들은 2008년 한해에만 한~일 항로에서  620억원(비용 절감 120억원+추가 부대비 500억원)의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담합은 사업자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한근협)과 황해정기선사협의회(황정협)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근협과 황정협은 선사들에게 회의 개최 일시, 안건 등을 전달하고 회의 장소를 섭외했다. 회의 이후에는 합의한 결과를 정리한 회의록을 선사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또한 전자우편,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운임 합의 준수를 독려하고 운임 감사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했다.

이에 공정위는 한~일 항로의 한근협에 대해서는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400만원을 내도록 했다.

한~중 항로에서 같은 역할을 맡은 황정협은 시정명령만 받았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그간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불법적으로 이뤄진 선사들의 운임 담합 관행이 타파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2022.02.17.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2022.02.17. [email protected]



상호 감시 체제 갖춰…중립위원회서 운임감사 실시

선사들은 선사 간 협의체인 한근협·황정협에 서로의 담합 위반 사항을 제보하는 등 상호 감시 체제를 갖췄다.

구체적으로 해운동맹에 가입되지 않은 선박(맹외선)을 이용하는 화주에 대해서는 선복을 제공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어기는 선사에는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500달러의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합의된 운임을 위반한 선사는 6개월간 선복 제공을 중단하는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제재는 합의 위반 횟수에 따라 경고, 공식사과, 공동운항 제외 및 회원 자격 검토 등 단계별로 수위를 높이는 식으로 운영됐다.

나아가 국적선사들은 동남아, 중국, 일본 등 근해 3개 항로의 운임 합의 실행 여부를 보다 치밀하게 감시할 목적으로 2016년 7월에 합동 중립위원회를 설치했다.

여기서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7차례 운임감사를 실시했고, 한~일 항로에서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 총 2억8000만원의 벌과금을 부과했다. 한~중 항로의 경우 총 8000만원의 벌과금이 선사들에게 내려졌다.

합의 운임을 지키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조직적인 보복 조치도 가해졌다.

이들은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화주들에 대해서도 운임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승인서를 서면으로 받을 때까지 선적을 거부했다.

또한 자신들의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한 '기거래 선사 보호 시스템'을 운영해 화주들의 선택과 물량 이동을 제한했다. 신규 업체 또는 미거래 화주가 선적을 의뢰할 경우 기존에 협의한 운임 이상을 제시해 기존 선사들이 원하는 운임을 수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이다.

이런 담합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외적으로는 한근협 또는 황정협 소속 선사들 간 공동 행위가 아닌 개별 선사 자체 판단으로 운임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담합으로 의심을 사지 않도록 운임 인상액은 1000원, 시행일은 2~3일 정도 차이를 두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는 회의록 및 최저운임, 투찰가 결정 내역 등은 대외비로 관리했다. 이와 관련된 대형화주 이름은 머리글자(이니셜)로 처리했다.

조 국장은 "주고받은 이메일 등 담합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하는 등 전형적인 담합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2022.06.07. dy0121@newsis.com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2022.06.07. [email protected]



정당항 공동행위 주장에 "대부분 해수부 신고 없어"

해운업계에서는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공동행위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공정위는 이번 운임 담합은 불법적인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고, 신고 전에 합의된 운송 조건에 대해서도 화주단체와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건의 경우 전체 합의 가운데 한~일 항로에서는 69차례, 한~중 항로에서는 61차례의 운임 합의가 해수부에 신고 되지 않았다. 그나마 신고 외관을 갖춘 합의도 최저운임(AMR)을 운임회복(RR)으로 신고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게 허위로 작성했다.

조 국장은 "화주에게 합의 수준보다 낮은 운임을 제시하는 선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며 공동 운항 노선에서 배제시키고 벌과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선사들의 동참 및 이행을 강제했다"며 "화주들에게도 선적 거부 등을 통해 합의 운임을 관철시켰다"고 설명했다.

사업자별 과징금 부과 내역을 보면 흥아라인(157억7500만원), 고려해운(146억1200만원), 장금상선(120억300만원), 남성해운(108억3600만원), 동진상선(61억4100만원), 천경해운(54억5600만원), 동영해운(41억28000만원) 순으로 많았다.

이외에 범주해운(32억8800만원), 팬스타라인(32억5600만원), 팬오션(25억3700만원), 태양상선(17억7100만원), 에스엠상선(1억900만원), SITC(1억2700만원), HMM(4900만원) 등도 과징금 조치를 받았다.

이는 한~일 항로 담합에 참가한 선사들로 과징금 수준은 부당이득 규모, 재무 상황, 시장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

한~중 항로 담합의 경우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이는 양국 정부가 해운협정(조약)과 해운협정에 따른 해운회담을 통해 선박 투입량 등을 오랜 기간 관리해 온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조 국장은 "공급물량(선복량) 등이 이미 결정되어 이 사건 운임 합의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 및 그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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