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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30년만 최대 규모 철도 파업에 노동력 부족까지…경제 직격탄

등록 2022.06.22 11:23:46수정 2022.06.22 1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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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장기화 조짐…다른 업종도 줄줄이 파업 예고

英노동인력 130만명 부족…요식업 등 경기침체 가시화

브렉시트도 인력난에 한몫…자유로운 노동 이동 막아

치솟는 물가에 영국인들 저임금 일자리는 지원 꺼려

[리버풀=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헌츠 크로스역에서 시민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영국 철도해운노조(RMT)는 사측과의 최종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1,23,25일 등 3일간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30년 만에 최대 규모인 이번 파업으로 영국 내 철도 운행이 대부분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2022.06.21.

[리버풀=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헌츠 크로스역에서 시민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영국 철도해운노조(RMT)는 사측과의 최종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1,23,25일 등 3일간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30년 만에 최대 규모인 이번 파업으로 영국 내 철도 운행이 대부분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2022.06.21.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영국이 30년만에 시작된 철도 파업에 노동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철도 파업은 오는 23일과 25일에도 계속될 예정이어서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면서 항공, 요식업, 사회복지 분야 등에서 최소 130만명 결원이 발생하는 등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년만에 최대 규모 철도 파업…곳곳 주요 노선 마비

CNN은 21일(현지시간) 영국은 경제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근로자들도 물가 급등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수천명의 철도 근로자들이 근로조건 개선 및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면서 문제를 가중시시키고 있다. 철도파업은 30년만에 최대 규모로 이로 인해 주요 노선이 마비됐다. 오는 23일과 25일에도 또 다른 파업이 예고돼 있다고 한다.

런던 지하철도 파업에 들어가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영국 철도해운노조(RMT)는 이번 파업이 수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간호사들과 교사들도 파업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공공부문 종사자 130만명을 대변하는 영국 공공노조(Unison)도 지난주 파업 준비가 끝났다고 밝혔었다.

영국은행(BOE)은 올해 10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11%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트 니콜스 영국 요식업협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타임라디오에 출연해 이달 철도 파업으로 관광, 레이저, 극장 산업에서 10억 파운드(약 1조5871억원)가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기 심슨 철도운송그룹 대표는 CNN 비즈니스에 연료와 슈퍼마켓 제품의 배송이 우선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번주 기차에 실리는 화물이 30~4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번 파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영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거치며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심화

여기에 노동력 부족이라는 더 큰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항공, 요식업, 사회복지 분야에서 최소 130만명의 결원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잉글랜드 남서부에 있는 음식 배달 업체인 맨디라 키친의 소유주인 맨디라 사카는 노동력 부족은 6년간 유지해온 사업을 천천히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사카는 "악몽을 꾸는 것 같다"며 "직원들을 구할 수 없어 속이 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부엌에서 직원 2명을 풀타임으로 고용하고 있다며 브렉시트와 팬데믹으로 근로자들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노동력 부족으로 서비스를 줄이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런던=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퇴근길 시민들이 워털루역 안을 이동하고 있다. 영국 철도해운노조(RMT)는 사측과의 최종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1,23,25일 등 3일간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30년 만에 최대 규모인 이번 파업으로 영국 내 철도 운행이 대부분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2022.06.21.

[런던=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퇴근길 시민들이 워털루역 안을 이동하고 있다. 영국 철도해운노조(RMT)는 사측과의 최종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1,23,25일 등 3일간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30년 만에 최대 규모인 이번 파업으로 영국 내 철도 운행이 대부분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2022.06.21.

영국 런던 남부에 있는 게트윅 공항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7~8월의 여름 일정을 최대 13%까지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는 여행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팬데믹 기간 일자리를 줄였고, 최근 몇 개월 여행객 수가 급속히 반등하면서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고 훈련하는 데 집중해왔다.

영국의 노동력 부족은 팬데믹 여파 문제만은 아니다. 브렉시트는 영국과 유럽 간 자유로운 노동 이동에 종지부를 찍었고 영국의 고용주들은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노동력 부족 심각한 수준

영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는 세계 부유한 국가들 사이에서 더 두드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영국은 주요7개국(G7)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2020~2021년 사이 근로 인구 비중이 감소했다. OECD는 또 영국이 2023년 경기침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다른 G7 국가들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싱크탱크인 러닝앤드워크 인스티튜트는 영국에서 100만명의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 싱크탱크의 CEO 스티븐 에반스는 CNN비즈니스에 "영국은 정부의 지원과 일시 해고로 팬데믹 초기를 잘 견뎌냈다"며 "그러나 이후 노동시장에서 인력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영국의 실업률은 3.8%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이는 활발히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의 숫자만 포착한 것이다.

에반스는 "정부는 실업률 수치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제는 퇴직한 사람들을 재고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로 인력난 심화

영국의 주변에는 준비된 노동자 집단이 있었지만 브렉시트로 유럽의 노동자들은 영국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워졌다.
[브뤼셀=AP/뉴시스] 3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직원이 영국기를 철거하고 있다. 영국은 이날 브렉시트를 이행한다. 2020.02.01

[브뤼셀=AP/뉴시스] 3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직원이 영국기를 철거하고 있다. 영국은 이날 브렉시트를 이행한다. 2020.02.01

토니 윌슨 고용연구소 대표는 "과거에는 고급인력이 영국으로 유입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그러나 지금은 차단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레스로탕 리로이를 운영하는 에드 터우는 브렉시트와 팬데믹으로 이중적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CNN 비즈니스에 "(유럽) 대륙의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가 발효하며서 유럽연합(EU) 국적자들이 영국에서 일하려며 다른 국적자들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입국이 가능하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영국에서 일한 EU 국적자는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만1000명 줄었다.

생활비 위기

인플레이션으로 영국인들은 저임금 일자리를 기피하고 있다.

800여명의 요양사가 속한 전국돌봄협회의 나드라 아흐메드 대표는 "차를 몰고 일하는 요양사들은 연료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활비 상승에 요양사들은 더 많은 소득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자선단체에 따르면 2020~21년 회계연도 기준 요양사의 시간당 임금은 9파운드였다.

영국은행은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이후 5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터우는 "식당을 떠난 셰프들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충원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동시에 식당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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