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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험료 매년 인상하는데…서비스는 제대로 하는가

등록 2022.07.23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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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험료 매년 인상하는데…서비스는 제대로 하는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보험사들은 올 초 실손보험 보험료를 평균 14.2% 인상했다. 특히 고객들에게 '혜택이 좋은 옛날 보험'으로 통하는 1세대 실손(2009년 9월까지 판매)과 2세대 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보험료는 평균 16% 수준 인상했다.

평균 15%에 육박하는 보험료 인상의 명목은 보험 가입자·병의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의한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이에 의한 실손보험의 누적적자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말 연구보고서를 통해 최근 4년간의 평균 보험금·보험료 증가율이 계속 유지될 경우, 2031년 실손보험 누적 적자는 112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손해보험업계 전체에 당기순손실이 발생, 업계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러한 숫자만으론 3977만(직장가입자 중복 포함) 명 실손 보험 가입자들을 이해시키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장 올 초 갱신주기가 5년이 된 40대 여성이나 중·장년층 남성 등 일반적으로 인상률이 평균보다 더 큰 가입자들의 실질 인상폭은 100%를 훌쩍 넘어서는 보험료 '폭탄'을 맞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전 국민의 80% 가량이 가입해 있어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가입자들은 일부 가입자들의 모럴 해저드로 인한 부작용이 전체 가입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과거에 비해 실손보험이 필요한 이유로, 돈이 크게 깨지는 중병보다 값비싼 비급여를 받으려는 니즈가 더 커진 상황에서 현재 보험사의 행보는 고객 중심이라고 하기엔 크게 의문이 든다. 현재 고령층의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자기부담금은 5~1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내 준다. 암에 걸려 재산이 거덜날 것을 대비해 실손보험에 드는 것은 옛말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비급여에 대한 약관 심사 강화를 통해 보장 항목을 줄이고 보험금 지급 수준도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판매가 시작된 4세대 실손 역시 비급여 위주의 모럴 해저드를 해결하겠다며 비급여와 관련한 보험금 지급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자기부담금이 기존 10~20%였지만 30%로 늘어났다. 통원공제금액도 1~2만원에서 3만원으로 늘었다.

이에 반해 보험사들은 4세대로의 고객 전환을 위해 보험료 반값 혜택 등으로 고객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전산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예컨대 직장가입자 등 타사와 중복가입한 4세대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시,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보험금을 산정하지 않고 보상 청구 직원이 직접 계산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 경우 과소지급된 사례들이 꽤 발생하고 있지만, 가입자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돈을 덜 받고도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사실 이는 보험사들이 보험금 청구 시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요구하듯이, 보험금을 지급할 때도 세부내역서(보험금지급설명서)를 함께 제공하면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을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사들 중에서도 DB손해보험, 교보생명 등은 세부내역을 앱 등에서 확인할 수 없다. 확인을 원하면 팩스나 이메일로 요청해야만 한다. 이를 앱에서 공개하는 타사들 역시 '청구사유별 세부내용'이나 '특약에 따른 세부 산출내역' 등을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곳은 한화생명 외엔 찾아보기 어렵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부문에선 적자를 보고 있지만, 전체적으론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순이익은 8조2667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6.2% 증가했다.

실손보험에서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보험료의 급격한 인상, 비급여 보상을 줄이는 방향의 새 상품 개발뿐일까. 보험사들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까지 과해 보이는 인상을 요구할 때 충분한 안내는 제공했는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매번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과 정보를 주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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