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후 빌게이츠 만난 이재용…'글로벌 경영' 재개하나
복권 다음날인 16일 빌 게이츠 이사장 면담 확인
19일 반도체, 24일 건설 등 현장 방문도 잇달아
내달 국외 출장 가능성…'뉴삼성' 윤곽 구체화 주목
[서울=뉴시스]지난 16일 만난 이재용 부회장과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이사장의 모습. (사진 =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건설 등 주요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등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이 부회장이 게이츠 이사장과 면담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한동안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5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 방한 중이던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양측이 지난 3년간 수행해온 '재발명 화장실(RT·Reinvented Toilet) 프로젝트' 개발 결과를 공유했다. RT 프로젝트는 게이츠재단이 저개발국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하는 신개념 위생 화장실 보급 사업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이 2019년부터 기술 개발을 맡아 3년 만에 성과를 거뒀다.
이 부회장은 프로젝트 결과 외에도 게이츠 이사장과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동행 비전'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학업이나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경영 철학에 기반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 이 부회장은 앞서 2020년 2월 코로나 극복을 위해 300억원을 긴급 지원하며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면서 "이번 일로 고통 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시는 분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삼성도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라는 사회공헌 비전 아래 ▲감염병 극복 ▲의료공백 해소 ▲청년 일자리 제공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 측에 따르면 이날 게이츠 이사장은 면담에서 게이츠재단의 비전과 현재 추진 중인 사회공헌활동 현황을 설명했다. 이에 이 부회장도 삼성의 기술로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혀, 동참 의지를 표명했다.
이재용(사진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부회장은 그동안 핵심 외교 자산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기업을 넘어 정·관계까지 폭넓게 관계망을 확장해왔다.
그는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이기 전까지, 매년 7월 글로벌 미디어와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이 초청되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 주최 국제 비즈니스 회의 '앨런&코 콘퍼런스'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주요 기업 CEO들과 교류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오바마·부시 등 미국 전·현직 대통령,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반 자이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글로벌 리더들과도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서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특히 지난 5월 삼성전자가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의 대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부회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찰리 에르겐(Charlie Ergen) 회장을 직접 만나, 북한산 산행을 함께 하며 신뢰 관계를 쌓았고 이를 통해 계약 성사를 측면 지원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2018·2020년 버라이즌과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을 때와 2019년 KDDI, 2021년 NTT도코모에서 각각 장비 계약을 수주했을 때도 직접 고객사 최고경영자와 만나 계약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구나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삼성 전 계열사의 무겁게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복권과 함께 직접 발로 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한 행사에 참석했을 때 한 언론사와 만나 투자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밝혀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평택=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5.20. [email protected]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힐수록 '뉴삼성'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윤곽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삼성은 향후 5년간 미래 먹거리, 신성장 IT 분야에 450조원을 집중 투자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를 지난 5월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아직 매주 1~2일은 재판에 참석하는 빽빽한 일정표를 소화하고 있다. 다만 내달 추석 연휴기간에는 재판이 없을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제2파운드리 공사 현장 등 국외 사업장이나 추진 중인 대형 M&A 관련 출장길에 오를 수도 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언 등과 반도체 설계기업인 영국의 ARM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하거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등에 시간을 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복권된지 나흘 만인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 기공식에 참석하며 대외 행보를 본격화 했다. 그러고 닷새 만인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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