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IAEA 사찰단 자포리자行…'핵유출 위험 진단' 원전 조사 착수(종합)

등록 2022.08.30 12:39:02수정 2022.08.30 15:34:4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사찰단 이르면 31일부터 원전 진입·조사 시작 가능성

원자로, 핵폐기물 안전 정밀진단…원전 운영 실태도 조사

[체르노빌=AP/뉴시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과거 모습. 2022.04.27.

[체르노빌=AP/뉴시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과거 모습. 2022.04.27.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으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제기되고 있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점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사찰단과 함께 원전이 위치한 자포리자 주(州) 에네르호다르 시(市)로 출발했다.

NYT가 입수한 명단을 보면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13명의 사찰단은 중립국 출신으로 구성됐다. 우크라이나와 비교적 가까운 폴란드·리투아니아, 러시아와 가까운 세르비아·중국 출신 전문가들이 포함됐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러시아가 편향성 문제를 제기한 미국과 영국 전문가는 배제됐다고 NYT는 전했다.

IAEA 사찰단은 우선 원전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는 러시아 측과 안전 점검 시설과 방법 등 세부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자포리자의 에네르고아톰 원자력 발전소 단지 내 여러 시설들에 대한 안전 점검과 정밀 조사 업무에 착수하게 된다.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 현지 인력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방사능 유출 여부 등을 정밀 진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찰단은 원자로 6기와 각각의 부속 경수로 및 냉각탑, 기계실을 비롯한 콘트롤타워,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 등을 복합적으로 점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IAEA는 성명을 통해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발전소의 손상 여부를 평가할 예정"이라며 "원전 운영사 직원들의 작업 조건도 평가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IAEA 사찰단의 구체적인 일정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정부 내부 문건을 토대로 IAEA 팀이 오는 31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사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IAEA 관계자를 인용해 원전 사찰은 전적으로 러시아의 협조 여부에 달려있다며 최소한 31일까지는 원전에 진입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AEA 사찰단의 현장 조사가 어렵게 성사된 만큼 상시적으로 머물면서 지속적인 안전 점검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2022.05.02.

[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2022.05.02.

익명을 요구한 IAEA 한 관계자는 "IAEA는 사찰을 마친 후에도 현지에 계속 머물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IAEA 사찰단은 최근 잇딴 포격으로 발생했던 발전소 화재로 인해 냉각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원자로 노심이 녹는 멜트다운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난 25일 원전 단지 인근 화력발전소에 화재가 발생, 원전으로 공급되는 전력이 일시적으로 차단됐다. 원자로 멜트다운 위기 상황을 맞았지만 비상 발전기 가동으로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특히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 중인 저장소 건물이 포격으로 구멍이 발생하면서 방사능 유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방사선 센서 데이터 측정 결과 아직까지는 방사능 수치가 증가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IAEA 사찰단의 안전 점검 임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이란과 북한의 핵시설을 감시한 노하우는 있지만, 감시 업무와 실제 사찰과 안전 진단 시행은 다른 영역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협조도 관건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과장하지 않고 이번 임무는 IAEA 역사상 가장 힘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분야 전문가인 미국의 비영리단체 참여과학자연합의 에드윈 라이먼 원자력안전국장은 "IAEA 팀은 자포리자 원전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3자 관점에서의 객관적 정보를 국제사회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찰단의 임무는 러시아가 얼마나 많은 시설에 접근을 보장하는지에 따라 달려 있다"며 "러시아가 사찰팀이 봐야 할 모든 것을 보고, 해야 할 모든 것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면서 "IAEA 팀의 이번 임무는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