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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핵협박, 위협적인 건 사실…군사적 효과는 없어" WSJ

등록 2022.09.23 11:34:52수정 2022.09.23 12: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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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직접 개입 막는 등 위협만으로도 효과 있지만

분산된 우크라군 궤멸 못하는 등 군사적 이득 없어

소수 친러국가도 돌아서게 만들고 서방 대응만 강화

러 사령관들 푸틴 체면 위한 핵발사 명령 안따를 수도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부분 동원령을 채택했다고 밝히고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 2022.09.21.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부분 동원령을 채택했다고 밝히고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 2022.09.2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위협이 위협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무기로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서기를 빼면 핵위협을 발하는 지도자는 전세계에서 푸틴이 유일하다. 푸틴이 핵위협을 하는 이유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핵사용 우려 때문에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제한적으로만 참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전황이 바뀌고 있지만 서방 정부들은 항공금지구역 설정 등의 조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제하고 있다.

서방 정부들은 최근 몇 달 동안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는 러시아의 조치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푸틴이 실제 핵을 사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서방 지도자들은 대체로 푸틴의 핵위협을 절망감의 표시로 해석한다. 서방 전략가들은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 어떤 것도 러시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2차세계대전 이후 유지돼온 핵 터부를 깨트리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편을 들어온 소수 우호국들도 잃게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영국의 갈등연구센터 케이르 자일즈는 "모두가 러시아가 핵을 실제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득보다는 말로하는 위협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일부 선전이 잘 먹혀왔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브레이크"라고 말했다.

프랑스 전략연구재단 방위전문가 프랑수아 에스부르는 전술핵무기 사용이 "소리는 클 것이지만 군사적 이익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군대를 대규모로 집결하지 않고 분산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군이 진격하려면 핵낙진 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구 밀집지역을 공격하거나 위협할 수도 있다. 서방 분석가들은 그런 행동이 전략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의 자위태세만 강화시킬 것이라고 본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의 "강력한" 맞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략가들은 미국의 맞대응이 핵무기 사용은 아닐 것이지만 우크라이나내 러시아 군대를 크게 위험에 빠트리는 것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푸틴은 뛰어난 전략가가 아님이 드러났다고 서방 분석가들이 말한다. 영국 핵전문가 로런스 프리드먼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정말 바보같은 짓"이라면서 그가 "더 바보같은 짓"을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푸틴은 21일 방송된 연설에서 러시아가 나토보다 더 많은 현대식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위협이 있을 경우 "가능한 모든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위협을 하면서 러시아의 공식 핵 독트린을 넘어섰다.  러시아는 지난 2020년 새 핵독트린에서 "러시아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에 대한 대응하는 핵무기 사용권리를 포함시켰다.

갈등연구센터의 러시아 핵전문가 발레리 아키멘코는 러시아 영토에 대한 위협과 "러시아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과는 크게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멘코는 그러나 러시아가 반드시 새 독트린을 따를 것으로 보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러시아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음을 감안할 때 핵무기 사용은 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푸틴의 핵위협에 서방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위협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 초기보다는 오히려 한발 물러선 표현이다. 푸틴은 지난 2월27일 연설에서 러시아 핵대비태세 강화를 명령했었다. 당시 명령은 사실 혼란스러웠다. 러시아 핵군은 항상 고도의 경계태세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유예했었다.

서방 당국자들은 뒤에 우려할 만한 핵관련 활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스부르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가 당시 4척의 핵잠수함 가운데 3척을 처음으로 투입했다. 그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3월만큼 걱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이 영토를 지킨다고 한 것도 새롭지 않다. 아키멘코에 따르면 2019년 군사 훈련 때 러시아군 장군이 했던 말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일부를 합병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함께 핵위협을 했다는 사실은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의 합병 예정지역에 대한 공격을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이미 크름반도와 러시아내 벨고로트를 공격했지만 러시아는 확전하지 않았다.

핵무기 사용의 비용대비 효과 분석에 따르면 다른 요인들이 작용할 수 있다. 아키멘코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미사일의 명중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러시아가 핵공격을 해도 실패할 위험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군사분석가들은 핵탄두를 터트리는 건 푸틴의 마지막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며 러시아보다는 자기 체면을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한다. 러시아군 사령관들이 핵사용 명령을 따를지도 푸틴이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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