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불이냐"…게임위, 선정성 논란 게임 '등급 재분류' 도마 위
게임위,이용자 민원에 '블루 아카이브' 청소년 이용불가로 조정
이용자 갑작스런 등급 상향에 반발…타 게임도 민원 제기 나서
이용자들, "등급 분류 기준 불명확" 주장…사후 모니터링 한계 지적도
13일 게임위 대상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서 질의 이어질 듯
[서울=뉴시스] 넥슨 '블루 아카이브' 대표 이미지.(사진=넥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넥슨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에 등급 분류를 상향하라는 권고를 내린 것을 두고 이용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선정성 논란이 제기된 타 서브컬처 게임들의 등급 상향을 요구하는 민원 '폭탄'이 쏟아지는 등 게임위 등급 분류 심의 기준이 뭇매를 맞고 있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최근 넥슨에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이용등급을 ‘청소년이용불가’로 상향하거나 게임의 리소스를 수정하라는 등급 재분류 권고를 내렸다.
블루 아카이브는 ‘미소녀’ 캐릭터가 여러 학원이 있는 도시에서 총을 들고 싸우는 모바일게임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원스토어에서는 15세 이용가, 앱스토어에서는 12세 이상 이용가로 국내에 서비스 됐다.
이에 넥슨은 게임위 권고에 대한 대응책으로 블루 아카이브 등급을 상향하고 수정된 틴(청소년) 버전의 앱을 출시하기로 결정했고 해당 내용을 이용자들에게 공지했다.
이번 등급 조정은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서 게임위에 블루 아카이브 선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을 접수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블루 아카이브가 미성년 여성 캐릭터의 노출 있는 의상 등 설정으로 인해 선정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위는 행정기관으로서 민원이 제기되면 규정대로 처리할 의무가 있다. 이에 민원 제기 후 해당 게임을 모니터링한 결과 캐릭터의 노출도 및 다양한 요소를 검토했고 선정성과 관련해 등급 상향 요소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게임위의 ‘등급분류세부기준’에 따르면 게임물에 ‘선정적인 노출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경우 ‘선정성’ 구분에 따라 ‘청소년이용불가’ 판정 사유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게임위 권고에 블루 아카이브 이용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내 출시 후 약 1년 간 서비스 되던 게임이 갑자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부당하며, 등급 분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 나아가 이용자들은 역으로 게임위에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며 타 서브컬처 게임도 같은 조치를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위 홈페이지에는 "우리 위원회에 같은 내용의 민원이 지속해서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활한 민원 처리를 위해 중복·반복성 민원 접수 자제를 요청한다"는 공지가 올라오는 등 '민원 폭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서비스하는 넷마블은 9월 30일 게임물등급분류 신청 절차를 거쳐서 명확한 이용 등급을 판정받겠다고 공지했다. 또 게임위에 등급 적정성 민원이 제기된 게임은 ‘소녀전선’, ‘명일방주’, '백약극광' 등으로 전해진다. 게임위는 이들 게임에 대한 사후관리 절차를 진행 중으로,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온라인과 패키지, 콘솔, 모바일 등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의무 폐지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등장했으며 현재 3만5000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처럼 게임 출시 후 일정 기간 서비스한 시점에서 등급 분류에 대한 논란이 되는 이유는 게임위 자체등급분류제도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을 제외한 게임 등급을 기업이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관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후 관리하는 제도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구글, 애플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통해 자율적으로 게임 등급을 매겨 게임을 출시하고 있으며, 게임위는 사후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그러나 수만개의 게임이 유통되는 반면 게임위의 모니터링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된 사후 모니터링이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이번 블루 아카이브 사태처럼 민원이 제기될 경우 등급 조정이 이뤄지면서 게임위의 사후 관리 제도가 자체등급분류제도의 허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용자들은 '선정성'을 비롯해 게임위의 등급 심의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게임위가 등급분류결정 '회의록' 등을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다는 불만도 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이번 논란은 현 정부의 게임 산업 무관심이 문체부 산하기관인 게임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보여진다"며"게임위에 업무 상 혼선과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여지며 자체등급분류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사전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임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13일 게임위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이날 김규철 게임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관련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위 관계자는 "블루 아카이브에 대한 민원이 제기된 것과 더불어 모니터링을 지속 진행하고 있어 등급분류 조정을 권고했으며 사업자가 수용을 했고 조만간 회의를 개최해 등급 분류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며"게임위는 정해진 등급 분류 심사 기준에 따라 심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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