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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건 삭제한 공무원 3명 모두 집유(종합 2보)

등록 2023.01.09 13:59:02수정 2023.01.09 15: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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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급에 징역 1년 집유 2년…다른 2명은 징역 8월 집유 2년

일부 자료만 제출하고 삭제해 정당한 감사 방해한 혐의 인정

삭제 자료 모두 공용전자 기록…작성권자도 임의 삭제 안돼

"방실침입 혐의, 후임자로부터 허락 받았다" 판단 무죄 선고

대전고등법원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고등법원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이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헌행)는 9일 오전 11시 316호 법정에서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54)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다른 산업부 공무원 B(51)씨와 C(46)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C씨가 후임자로부터 비밀번호를 받아 들어갔으며 사무실에 있던 직원이 이를 알면서도 C씨를 제지하거나 이유를 물은 적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C씨가 평온을 해치지 않았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들은 감사원이 산업부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 관여 여부를 감사하기 위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사실을 알면서도 공모해 일부 최종본만 제출하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원의 정당한 감사 행위를 방해했다”라며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일부 자료 제출이나 삭제 당시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감사원법 제51조 제1항 제2호에서 감사 방해 주체를 감사 대상 기관이나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아 일부 자료만 제출하고 자료를 삭제한 것은 감사 방해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감사원의 감사를 곤란하게 하고 상당 기간 지연시켜 실질적으로 감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했으며 현직자가 자료를 제출했지만 피고인들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정책 수립 및 추진 과정에 관여한 실무자로서 공모를 통해 감사원의 요구 자료 중 일부만 제출했기 때문에 감사 방해의 책임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웹 디스크에 삭제된 자료가 남아있었으며 이 자료들로 감사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피고인들 주장에 대해서는 C씨가 자료를 삭제함과 동시에 감사 방해 위험이 발생했고 웹 디스크에 자료가 남아있다는 사실은 삭제 당시 피고인들 모두 알지 못했거나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용전자 기록이 작성자 지배를 현실적으로 떠나 변경과 삭제가 불가능한 정도로 객관화된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공용전자 기록 손상죄의 객체인 공용전자 기록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사건의 경우 C씨가 삭제한 자료는 후임자의 컴퓨터에 보관돼 있던 자료로서 이미 C씨의 지배나 관리를 현실적으로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C씨가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사적인 전자기록이나 결재 상신 과정에서 반려된 전자기록 및 최종 결재가 나지 않은 상태라도 공용전자 기록에 해당하며 중간보고 자료 역시 해당 중간보고를 마친 시점부터 이미 완성된 자료이기 때문에 공용전자 기록으로 보는 것이 맞다”라며 “확장자가 ‘BAK’인 백업파일 역시 모두 이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책을 제정하는 산업부 공무원으로서 탈원전과 관련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업무를 담당했으며 이를 위해 청와대 및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고 문건을 작성하거나 참고 자료로 사용했다”라며 “이들은 언론을 통해 감사원이 감사하는 것을 알게 되자 현직자들과 논의해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 중 일부만 제출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장급인 A씨는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산업부가 개입한 정황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 지시를 받은 B씨는 C씨에게 지시를 전달하며 이메일 등에 있는 자료도 다 같이 삭제하라는 추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라며 “C씨는 결국 이들 지시에 따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결과 감사 기간이 길어졌으며 국가 감사 기능에 위험을 초래하고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아 이들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라며 “다만 이들은 공직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으며 A씨와 C씨의 경우 일정 기간 구속돼 반성의 기간을 갖은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업무를 담당했으며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B씨와 C씨에게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C씨는 같은 해 12월 1일 새벽 해당 부서에 들어가 자신이 사용했던 컴퓨터에 남아 있는 산업부 내부 보고 자료와 청와대 보고 자료 등 총 530개의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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