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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 제동 걸린 나경원, 전대 출마 어떤 결단할까

등록 2023.01.10 06:00:00수정 2023.01.10 09: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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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선 자기 정치 이유로 불출마 압박

"나경원 당내 분열 야기…더 못 기다릴 것"

"나경원 합리적 판단 촉구 거부에 손절론도"

羅 측에선 당내 1위 내세워 출마 강행 촉구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인구미래전략 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2.28.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인구미래전략 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2.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 '결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실과 당 안팎에선 나 부위원장을 향해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나 부위원장은 여권 관계자들의 조언을 들으며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비토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뉴시스 취재 종합결과, 나 부위원장 측은 전대 출마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출마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도 매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윤석열 정부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만큼 당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게 출마의 이유이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당권을 거머쥔다고 해서 실익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는 여당 대표는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나 부위원장에겐 큰 정치적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나 부위원장 측은 출마를 고집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며칠 전 친한 원로에게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변의 반대는 있지만 나 부위원장은 아직 출마에 대한 생각이 더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나 부위원장과 대화를 한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나 부위원장은 "나를 이렇게 사지로 몰면 내가 갈 곳이 어디 있느냐, 이 국면을 벗어날 탈출구를 (대통령실이)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출마 가능성을 엿보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출구 전략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현재 공식 일정을 생략하고 잠행을 이어가는 나 부위원장의 상황은 복잡하다. 당심 지지도는 압도적인 1위지만 윤심은 반대로 가는데다 대통령실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실은 당권 출마를 염두에 두고 행보를 하는 나 부원장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출산 시 부모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으나 대통령실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대통령실은 "실망스럽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실상 나 부위원장을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앞서 나 부위원장이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 자신의 직책을 대통령과 '조율'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윤계 의원은 "대통령 입장에서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부위원장과 기후 대사를 맡은 지 3개월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기분이 좋겠느냐"며 "그럼 애초에 정부직을 맡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 출마선언을 할 경우 분위기가 싸늘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나 부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를 두고 벌써부터 분열이 시작되고 있다.

국민의힘 청년 당원 100명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도전을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이들은 "나 부위원장 같이 당원들의 큰 지지를 받는 후보가 반드시 참여해 컨벤션 효과를 일으켜 총선까지 이어가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나 부위원장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게 직접 전화로 기자회견장을 잡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출마를 유보했을 뿐 결국 출마를 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당내에선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재오 상임고문이 나 부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친윤계 김정재, 박수영 의원 등도 나 부위원장의 당권도전을 비판하고 나섰다.

심지어 한 달 전부터 예정돼있던 나 부위원장의 10일 제주도당 일정이 하루 전날 취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유력 후보인 나경원 (왼쪽부터)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3.01.05.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유력 후보인 나경원 (왼쪽부터)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3.01.05. [email protected]

나 부위원장 측 관계자는 "지금 제일 민감한 시기다 보니, 제주도당에서 '다음으로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취소됐다"고 밝혔다.

제주도당 입장에선 현재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나 부위원장을 단독 초청해 행사를 여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나 부위원장 측도 출마 여부에 대해 언론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힘든 상황에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단 분석이다. 나 부위원장 입장에서도 전당대회 당선 가능성과 득실을 따져볼 수 밖에 없다.

나 부위원장의 당권 도전은 정치적 사망 선고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행보가 당내 분열을 야기하는 만큼 더 기다려줄 여유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부위원장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여권에서 전방위적으로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서 나 부위원장에게 다음 기회를 촉구했지만 나 부위원장이 이를 거부하고 정치적 욕심을 부리고 있어 손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을 '해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노골적인 나 부위원장 찍어내기가 오히려 역풍을 일으킬 수 있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현 상황에서 출마를 접어버리면 정치적 활로가 사라지기 때문에 '살기 위해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나 부위원장이 쉽게 출마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없기 때문이다.

차기 당대표는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갖는다. 이는 막강한 권력으로 대통령실과의 우호적인 분위기 형성에 실패할 경우,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처럼 공천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윤심 없이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지지도 vs 윤심'구도를 형성해 중도층 확장에 능한 안철수 의원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도 있다.

특히 윤심 없이 전당대회 나갔다 질 경우, 닥칠 후폭풍도 문제다. 심각한 경우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담보할 수 없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향후 정치적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 주엔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나 부위원장의 탈출구를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의 문제도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지을 관건이다.

나 부위원장의 입장에선 윤심의 핵심인 '윤 대통령'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반면 대통령과 나 부위원장간의 만남 후 교통정리는 전당대회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의 희박해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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