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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못 팔면 부도"…'미분양'에 몸단 건설업계 줄도산 '위기'

등록 2023.06.30 06:00:00수정 2023.06.30 06: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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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할인분양·중도금 후불제' 등 고육지책

미분양 7만 가구·대구 등 지방 미분양 물량 적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 2023.03.1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 2023.03.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아파트 미분양에 공사비까지 올라 비상입니다."

지난 28일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은 온기가 돌고 있지만, 지방 미분양 물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 자금 회수가 어려워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 등 일부 지방 미분양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시공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할인분양에 중도금 후불제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것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7만 가구에 달하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위축 우려로 미분양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으면서 할인분양과 중도금 후불제 등 건설사들마다 갖가지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미분양이 두 달 연속 감소했지만, 여전히 7만 가구를 넘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365가구로, 전월(7만2104가구) 대비 1.0%(739가구) 감소했다. 지난해 4월 이후 급증하던 미분양 물량은 11개월 만에 감소세를 보인 뒤 두달 연속 감소했다.

다만 분양시장 침체로 분양 물량 자체가 줄고, 감소폭 역시 미미해 미분양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달 미분양 물량이 1만1609가구로, 전월(1만1034가구)보다 5.2% 증가했다. 지방은 5만9756가구로 전월(6만1070가구)보다 2.2% 감소했다.

특히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716가구로, 전월(8650가구) 대비 0.8% 증가했다. 이는 2021년 6월(9008가구)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약금을 낮추거나 할인분양에 나선 단지들이 이어지고 있다.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낮춰 계약자의 금융비 부담을 줄이는 혜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분양에 나선 DL이앤씨 'e-편한세상 군산 디오션루체'는 중도금 60% 무이자를 포함해 계약금 분납 금융지원하고 있다. 또 금호건설은 '왕길역 금호어울림 에듀그린'에 중도금 무이자와 선착순 동·호수 지정 등을, GS건설은 '아산자이 그랜드파크'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내걸었다.

분양가들 할인하는 단지들도 눈에 띈다. GS건설 자회사인 자이S&D가 시공한 대구의 '만촌 자이르네'는 전용면적 77㎡ 기준 9억3000만원대 분양가를 최대 25% 할인해 분양하고 있다. 또 신세계건설이 공급한 빌리브 헤리티지도 최대 15% 수준의 할인분양 중이다.

앞서 지난달 경기 부천 심곡본동 '한울에이치밸리움 디그니어스'는 분양가를 5000만원 낮춰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고, 지난 1월 분양한 경기 안양 평촌 센텀퍼스트도 청약률이 저조하자 분양가를 10% 할인해 정당계약을 진행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쌓이고,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올 들어 시공능력평가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과 133위 에이치엔아이엔씨, 109위 대창기업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또 시공능력평가 17위인 태영건설과 25위 한신공영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실제 올해 1분기에만 폐업 신고를 한 건설 기업은 900여 곳에 이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939곳으로 최근 5년 내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계에선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을 중심으로 줄도산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쌓여 공사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고금리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개발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수도권 분양시장이 일부 살아났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라며 "현금 유동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대형 건설사들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자금경색이 심각해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부동산 호황기에 도입된 부동산 관련 규제 정책을 풀고, 미분양 주택을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또 건설사들이 토지를 매입한 뒤 자금난으로 공사가 진행하지 못하면 해당 토지를 매수해 공공사업을 전환하는 방식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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