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의장 갑질 폭로자, 전 비서였다…전말 공개
하기태 의장 "본인이 쓴 게 아니라는 데 누구에게 사과?"
하기태 영천시의회 의장의 갑질 의혹을 제기한 전 수행비서가 영천시 공무원노동조합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영천=뉴시스] 이은희 기자 = 수개월째 갑질논란에 휩싸인 하기태 영천시의회 의장의 전 비서 A씨가 2일 자신이 피해 당사자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A씨는 이날 영천시 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사태의 발단이 된 9꿈사(9급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 사이트에 익명으로 올린 글은 제가 직접 적은 것”이라며 “의장님이 두려워 쓰지 않았다고 했으나, 이제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 의장이 ‘글 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고 확인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노조·언론·당사자를 수사 의뢰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등 자신은 잘못이 없고 음해를 당하고 있다는 데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고 덧붙였다.
40대 중반인 A씨는 의장이 직접 요청한 비서직을 힘들어도 그만둘 수 없고, 결정적 계기가 있어 공무원 시험 때부터 고민 상담을 해온 9꿈사에서 위로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월29일 주말에 시민회관에서 공연이 있었고, 의장이 40분 전에 전화로 ‘사무실에 나왔으니 출근하라’고 요청해 대구에 가족과 함께 있다고 하니 ‘에이씨’ 하며 역정을 냈다고 했다.
전날 A씨는 주말임에도 수행하려고 했으나 의장이 혼자 가겠다고 해 개인 일정을 조정했다. 늦게 결혼해 얻은 아들(6)과 아내를 데리고 몸이 편찮은 장모를 만나러 가던 중 전화를 받고 참을 수 없는 모멸감과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또 의장이 다음날인 휴일 행사 일정을 모두 취소하자, 자신 때문이란 생각에 괴로운 마음을 익명으로 적었다고 했다.
A씨는 수시로 날아오는 문자·카톡 지시와 ‘모시는 사람의 마음을 파악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등 의장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압박감과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게시글이 알려지면서 영천시 공무원노동조합이 의장 사퇴촉구에 나서며 사태가 확산했고 A씨는 장기간 병가로 출근하지 않았다.
A씨는 “다른 업무를 맡아 복귀한 첫날 의장님은 ‘니가 쓴 게 맞나’, ‘IP를 추적해 찾아봐도 되겠나’라고 물었고, 최근에는 본인이 쓴 게 아니라고 하니 서면으로 확인서를 받아오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도 제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어떤 식으로든 사태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의회 안에서의 생활이 힘들어 집행부로 전출을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한편, 영천시 공무원노조는 이날 ‘6급 나부랭이’ 등 막말과 갑질 의혹을 받는 하기태 의장의 사과와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와 관련, 하기태 의장은 “밴드 관리 등은 직접 처리했고 행사 계획과 수행, 축사 등은 비서 본연의 업무로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서 “본회의장 등에서는 밝혔으나, A씨가 쓴 글이 아니라고 해 그동안 직접 사과할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내부 다른 여직원이 불편을 호소해 이틀 만에 자리를 옮겨주기도 했는데, 인간적으로 만나 솔직하게 터놓고 대화하며 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전출은 다른 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기태 의장과 공무원노조 간 갈등의 골이 깊어가면서 내부 직원은 물론 영천시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져 A씨의 기관이동 등 사태 수습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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