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봄도 잊지 않았다" 광주·전남 세월호 추모 물결(종합2보)
"엄마 꿈에 한 번만…" 참사 해역 다시 찾은 유가족 비통·절규
'기다림·통곡의 항구' 진도 팽목항선 씻김굿…희생자 넋 위로
목포신항 내 녹슨 세월호에 헌화·분향…광주서도 추모 '절정'
[진도=뉴시스] 박기웅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선상추모식에 참여해 참사 해역을 향해 헌화하고 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박기웅 이영주 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광주·전남에서도 희생자 넋을 기리는 '노란 리본' 물결이 일었다.
참사가 난 진도 맹골수도 해역, 당시 유해를 수습한 팽목항,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가 서 있는 목포신항만. 지난 10년간 참사 아픔에 공감하며 연대한 광주 도심에 이르기까지.
지역 곳곳에서 크고작은 추모 행사가 열리며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유족들과 슬픔을 나눴다. 비극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참사가 남긴 뼈아픈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도 거듭 다졌다.
[진도=뉴시스] 박기웅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참사 해역임을 알리는 노란 부표가 떠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엄마 꿈에 한 번이라도…" 참사 해역서 추모식 '비통'
깊고 차디찬 바닷속 세월호가 생때 같은 자녀들과 함께 가라앉은 자리에 놓인 노란색 부표를 바라보던 유족들은 비통함에 잠겼다.
참사 해역에 헌화하고자 저마다 국화꽃을 손에 쥔 유족들은 선체 난간 주변에 서서 연신 "보고 싶다" "미안하다"고 외치며 설움을 터뜨렸다.
유족들의 손을 떠나 바다 위로 떨어진 국화꽃 수십여 송이가 가라앉았고, 유족들은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듯 서로 부둥켜 안고 서럽게 울었다.
[목포=뉴시스] 박기웅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후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목포기억식'에서 공연팀이 연주를 하고 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단원고 2학년3반 고 김빛나라양의 아버지 김병원씨는 "사랑하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날이 벌써 10년이 다 됐다"며 "아이들과 우리 부모들은 언제끔 세월호에서 벗어 나올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잘못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고 책임자 처벌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 더 이상 참사 속에 자식을 떠나보내고 눈물 속에 살아가지 않게,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고도 호소했다.
선상 추모식 직후 유족들은 목포신항만으로 이동해 육상 거치된 세월호 선체도 둘러봤다. 유족들은 짙은 녹이 슬고 원형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선체 앞에서 눈물 흘리거나 고개를 떨구며 애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선체 앞에서 열린 10주기 기억식에서 유족과 참석자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희생자 넋을 기리며 헌화·묵념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진도소포걸군농악보존회가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연주를 하고 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통곡의 항구' 진도 팽목항도 노란 물결 넘실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들은 방파제에 세워진 '노란 리본' 조형물 앞에 헌화하거나 빨간 등대까지 200여m를 걸으며 애도했다. 희생자의 친구라고 밝힌 청년 2명은 눈시울을 붉히며 등대 앞 우체통에 추모 편지를 넣었다.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을 위해 기도하는 추모객도 있었다.
매년 봄 인천에서 팽목항을 찾아온다는 김용성(40)씨는 "300명이 넘게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세월호 책임자들과 참사를 폄훼하는 이들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며 합장했다.
유족 정유선(63·여)씨는 추모 공간에서 먼저 떠난 조카의 이름을 발견하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는 "추운 바다에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선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팽목항에서는 노란 리본 달기, 304명 희생자 이름 적기, 깃발 만장 달기 등 다채로운 추모 행사가 열렸다. 10주기를 맞아 전국 예술인들이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새겨 장식한 추모 공간도 마련됐다.
진도소포걸군농악보존회는 풍물패와 함께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기억밟이 질굿'과 '진도씻김굿'을 펼치며 넋을 달랬다.
지역 연대단체가 연 10주기 추모·기억식에는 단원고 2학년 8반 고 고우재군의 아버지 고영환씨도 참석했다. 팽목 기억 공간 조성을 촉구하며 8년간 팽목항을 지켜온 그는 먼저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다 참아온 눈물을 터뜨렸다.
고씨는 "내 나이에 더 바랄게 무엇이겠냐. 팽목항을 찾는 국민들이 참사를 기억하고 과거에 이런 큰 사고가 있었다는 교훈을 주고 추모할 공간이 잘 마련되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팽목항 추모·기억식은 참사 당일을 뜻하는 오후 4시 16분부터 1분간 울린 애도 사이렌에 맞춘 추도 묵념으로 마무리됐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추모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광주 도심도 세월호 추모 행렬
음악가들은 추모 열기를 공연으로 승화시켰다. '기억들이 모여 하나가 된다, 우리들이 모여 희망이 된다'는 노랫말로 시민들과 참사 희생자들을 추념했다.
미술 작가들은 광장에 시민들이 완성할 수 있는 추모 작품들을 설치했다. 세월호 참사를 뜻하는 고래 조형물에 희생자를 상징하는 노란 나비 조형을 끼우는 작품에는 시민 참여가 두드러졌다.
광장 바닥에 펼쳐진 걸개 그림에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염원이 담긴 글귀로 가득했다.
지난 12일부터 차려진 인근 시민분향소에도 시민 수백 명이 다녀가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장헌권 광주서정교회 목사는 "참사 10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우리 가슴 속 노란 리본을 단단히 묶을 때"라며 "기억하고 행동해서 진실을 반드시 인양, 책임자 처벌 완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광주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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