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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장애 있다면…'걱정 중독'

등록 2024.05.03 07:00:00수정 2024.05.03 07: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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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걱정 중독 (사진=복복서가 제공) 2024.05.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걱정 중독 (사진=복복서가 제공) 2024.05.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높은 매출을 달성한 어느 미국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단축을 제안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파트타임으로만 일해도 되고 길게 휴가를 써도 무방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제안을 활용한 직원은 2만1000명 중 53명에 불과했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권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는 휴가를 쓰지 않았고, 근무시간 단축을 택하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하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그 답은 불확실성과 무한한 선택지를 견디지 못하는 현대인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명확한 회사와는 달리, 회사 바깥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게다가 회사에서 인간관계는 명확한 규칙 아래 작동하지만 식구들과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집안에서는 애정과 죄책감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마저 들곤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한다는 점에서 회사는 안전지대에 가깝지만, 바깥세상에는 마땅한 위기 대처 매뉴얼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책 '걱정 중독'은 이처럼 걱정과 불안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된 과정과,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이토록 골몰하게 되었는지 문화와 역사를 넘나들며 살펴본다.

책의 저자이자 사회학자인 롤란드 파울센에 따르면 걱정하는 대상과 걱정에 대처하는 방식도 역사와 사회적 맥락, 문화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종교나 성에 관한 사회적 규범이 강하게 자리잡은 문화에서는 자신이 충분히 신앙심이 깊지 않을까 봐,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만한 성적 취향을 가졌을까 봐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것과 관련해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 머릿속을 잠깐 스쳐 지나간 나쁜 생각 때문에 자신이 자녀에게 훌륭한 부모가 아닐까봐, 아내에게 충실한 배우자가 아닐까 봐 어마어마한 걱정에 사로잡힌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위험은 거의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뿐이다. 위험을 안고 살아가거나 그것을 없애려 애쓰기."(215~216쪽)

쓸데없는 걱정에 매몰되는 대신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 걱정하기보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행동하는 용기를 기르고 싶다면 이 책이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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