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최재천 "말꼬리잡고 싸움하느라 토론 못해…'숙론' 필요"

등록 2024.05.07 16:37:46수정 2024.05.07 19:26: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최재천 교수가 '숙론' 출판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말을 이어가고 있다.(사진=김영사 제공) 2024.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재천 교수가 '숙론' 출판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말을 이어가고 있다.(사진=김영사 제공) 2024.05.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우리 사회는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갈등이 한꺼번에 다 쏟아져 나와 있는 사회인 것 같다."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7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숙론'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광화문에선 촛불, 시청 앞에선 태극기·성조기까지 불과 몇 백 미터 사이에 극명하게 다른 생각들이 표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책 제목을 '숙론'으로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 "토론하라고 하면 서로 말꼬리 잡고 싸움하느라 토론을 못 하는 것 같다. 토론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너무 오염된 것 같다. 토론보다는 다른 느낌이었으면 해서 '숙론'을 책 제목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를 부제로 단 책 '숙론'은 최재천 교수가 9년 간 집필해 완성한 역작으로, 다툼이 만연한 시대에 서로 알고 사랑하는 소통의 방식이 담겼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토론 문화가 사라진 이유가 일제강점기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봤다. "일본이 우리를 식민지로 통치하기 위해선 뭔가 획일적인 어떤 사상을 주입시켜야 하고 균일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교육 시켰어야 했다"며 "일본은 학문적으로 앞선 나라임에도 지금도 토론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숙론'이 부족한 이유는 "소통이 부족한 문제"라고 짚었다. "수컷 귀뚜라미와 수컷 베짱이는 암컷과 짝짓기를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물방울 하나 제대로 삼키지 못한다"면서 "소통을 하려면 정말 철저하게 상대를 파악하고 상대가 원하는 걸 준비하고 상대가 수락할 때까지 악착같이 해야 한다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천 "말꼬리잡고 싸움하느라 토론 못해…'숙론' 필요"



'숙론장'이 만들어질 경우 던지고 싶은 화두에 대해 저출생을 꼽았다. 그는 "제 생각에 되지도 않겠지만 처음부터 가장 힘든 주제로 덤빌 것 같다"며 "(저출생으로) 대한민국은 수렁에 빠져 있어 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결고리들을 절묘하고 교묘하게 이끌어내면서 지켜보고 평가해봐야 한다. 숙론을 거치지 않으면 문제를 풀 가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해법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을 잘 불러 모아 기획을 잘해 반복적으로 숙론을 거쳐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는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을 넘어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는 숙론 문화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존경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재천 교수는 생태학자이자 동물생물학자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와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