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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반체제 인사 '블랙리스트' 작성해 사찰…사생활까지 감시"[이-팔 전쟁]

등록 2024.05.14 10:21:22수정 2024.05.14 12: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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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반체제 인사 등 명단 만들어 밀착 사찰

'부도덕한 행위' 혐의 뒤집어씌워 비방 시도도

신와르가 직접 감독…"가자 3대 내부 보안 기관"

[가자지구=AP/뉴시스] 지난 10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서 식량을 배급받으려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식기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가 비밀경찰 조직을 운영해 반체제 인사 '블랙리스트'를 작성, 사찰해 왔다고 13일 보도했다. 2024.05.14.

[가자지구=AP/뉴시스] 지난 10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서 식량을 배급받으려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식기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가 비밀경찰 조직을 운영해 반체제 인사 '블랙리스트'를 작성, 사찰해 왔다고 13일 보도했다. 2024.05.14.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하마스가 비밀경찰을 동원해 가자지구 주민들을 사찰, 반체제 인사들을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 비밀경찰 부대가 작성한 7개 정보 파일일 입수, 가자지구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수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감시해 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파일은 2016년 10월부터 가자 전쟁 발발 이전인 지난해 8월까지 작성된 7개 슬라이드 파일로, '일반 보안국'으로 알려진 비밀경찰 부대가 가자 내 정보망을 통해 입수한 최소 1만명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명단에는 청년, 언론인, 반체제 시위에 참여하거나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들의 이름이 올랐다.

보안국은 이들에 대한 사찰은 물론 사생활까지 밀착 감시했다.

한 여성은 남성이 운영하는 옷 가게에 연이틀 한두 시간 머물렀다는 이유로 감시 대상에 올랐으며,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칸유니스 사무실에서 젊은 남녀가 불특정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는 내용도 파일에 적혔다. 하마스는 PLO를 이스라엘에 타협적인 단체로 보고 있다.

국외 언론인도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2018년 가자지구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한 네덜란드 기자는 차량 모델과 번호까지 감시당했다.

소셜미디어에서 하마스에 비판적인 글을 삭제하고, 반(反) 하마스 인물들을 비방하는 방법도 논의했다. 정치적 시위도 조직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가자지구 언론인이자 블랙리스트에 오른 에하브 파스푸스는 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린 점령군(이스라엘군) 폭격과 현지 당국의 폭력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파일에 따르면 하마스는 파스푸스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료에게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등 방식으로 도덕규범 위반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했으며, 명예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파스푸스를 '처리'하려 했다.

[가자지구=AP/뉴시스]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가 2022년 4월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해안가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2024.05.14.

[가자지구=AP/뉴시스]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가 2022년 4월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해안가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2024.05.14.


보안국은 공식적으론 하마스 정당의 일부이지만, 정부 조직처럼 기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팔레스타인 소식통은 이 기관이 가자에서 가장 강력한 내부 보안 기관 세 곳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기록에 따르면 보안국은 전쟁 전 월 12만달러(약 1억 6500만) 예산을 배정받았으며, 856명으로 구성됐다. 160여명은 하마스를 선전하고 국내외 반대 세력에 대한 온라인 공격을 담당했다.

익명의 이스라엘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신와르가 직접 보안국을 감독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파일이 신와르에게 보고할 목적으로 준비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하마스 군사력과 통치 능력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만큼, 현재에도 정상 운영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바셈 나임 하마스 대변인은 보안국 책임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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