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예대마진…은행 연말 성과급 '돈 잔치' 예고
5대 시중은행, 최근 2달간 가계 예대금리차 0.3%p 확대
기준금리 인상기엔 대출금리 급격히 올리고, 인하기엔 예금금리 빠르게 내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전체 화폐발행잔액 176조8천억원 중 5만원권 지폐는 155조7천억원으로 전체 화폐발행잔액 중 88.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5만원권 비중이 88%를 돌파하기는 2009년 6월 발행 이후 처음이다. 2023.09.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기준금리 인상기에 막대한 이자이익을 벌어들인 은행들이 금리 인하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자 예금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리면서 순이자마진(NIM)을 방어해 올해도 두둑한 성과급을 챙겨갈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는 최근 2달 연속 확대됐다.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신규 취급 기준으로 7월 0.434%포인트에서 8월 0.57%포인트로 0.136%포인트 커졌다. 이어 9월에는 0.734%포인트로 0.164%포인트 더 확대됐다. 두 달간 증가폭은 0.3%포인트에 이른다.
이 기간 은행들의 가계예대차는 두 배 넘게 치솟았다. 국민은행은 0.44%포인트에서 0.98%포인트로 0.54%포인트 급등했다. 신한은행은 0.20%포인트에서 0.53%로 0.33%포인트 뛰었다. 하나은행은 0.53%포인트에서 0.68%포인트로 0.15%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0.15%포인트에서 0.43%포인트로 0.28%포인트 급증했다. 농협은행은 0.85%포인트에서 1.05%포인트로 0.20%포인트 확대됐다.
은행별 9월 신규 취급 가계예대금리차는 농협 1.05%포인트, 국민 0.98%포인트, 하나 0.68%포인트, 신한 0.53%포인트, 우리 0.43%포인트 순으로 집계됐다. 잔액 기준으로는 국민 2.28%포인트, 농협 2.20%포인트, 신한 2.04%포인트, 우리 1.99%포인트, 하나 1.94%포인트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은행들은 이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우대금리를 낮추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올리면서 예대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급증세를 완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대출금리를 올렸다는 입장이다.
앞서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대출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예금금리는 일정수준 따라 올리다가 다시 내린 바 있다. 당시에는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조달비용이 커지면서 대출금리가 더 상승한다는 논리였다. 실제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유로 은행권에 과도한 수신경쟁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냈었다.
이처럼 은행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상황별 유리한대로 반영해 여·수신 금리 조정 시간과 폭에 차이를 두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기에도, 인하기에도 NIM 수준을 지키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중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둔 5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16조55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5조6314억원 대비 5.9%(9237억원) 증가한 역대 최고치다. 1분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손실 반영에도, 대출 급증과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를 상쇄하고 올린 성과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37조6161억원에 달한다.
평균연봉 1억원이 넘는 은행권은 해마다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과 수억원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돈 잔치'를 질타하자 지난해에는 성과급을 200~300%대로 조정했다. 올해도 이자수익에 힘입어 막대한 실적을 내면서 대규모 성과급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병환(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9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29. [email protected]
금융당국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서민들의 이자로 은행만 돈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에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는 중이다. 시장에서 '관치금융'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직접적으로 개입해 과도하게 치우친 이자수익 구조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엄청난 이익을 내면 칭찬하지만 은행이 이익을 내면 비판한다"며 "제조업의 경우 수출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엄청나게 혁신을 하고 그 결과로써 이익을 낸다, 은행은 과연 혁신이 충분했냐, 혁신을 통한 이익이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의 관행이나 제도가 만드는 울타리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든 금융인들이 돌아봐야 한다"면서 "대출받은 분들이 고금리로 고통 받고 있는데 은행들은 이자 이익을 이렇게 많이 내고, 그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주는 행태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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