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그 "모든 악기를 타악기처럼 활용 원시분위기 나게 "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신작 '적' 음악감독 모그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6.02.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감독 모그(이성현·43)의 음악은 퇴폐적 낭만주의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도가니' '광해, 왕이 된 남자' '마담뺑덕'… 등에서 울려 퍼진 그의 멜로디·리듬은 불안하면서도 서정성을 짙게 품었다.
모그가 음악감독을 맡은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의 신작 '적(赤)'이 그래서 관심을 끈다. 역시 지배적인 음울한 정서에 시적인 감수성이 꿈틀댈 것으로 보인다.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인 최진욱이 안무하고 모그와 콤비를 이루는 영화감독 임필성이 연출하며 '푸시버튼'의 패션디자이너 박승건이 의상을 맡은 '적'은 안데르센의 잔혹동화 '빨간구두'를 모티브로 삼았다.
소녀 '카렌'이 발이 잘릴 때까지 춤을 추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거기에는 욕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대중의 모습이 똬리를 틀고 있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모그는 "성인들이 볼 수 있는 동화"라면서 "현대인들이 잊고 있던 원시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신작 '적' 음악감독 모그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6.02. myjs@newsis.com
모그와 20여 년 지기인 임필성 감독, 최진욱 안무가는 '빨간구두' 이야기를 구한말(舊韓末·조선 말기에서 대한 제국까지의 시기)로 옮겨온다. "임필성 감독이 어릴 때부터 동화에 대한 애착이 심했어요.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라고 동료이자 친구인 임 감독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모그의 몫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원시적인 기운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국립무용단의 작품인 만큼 국악 분위기의 음악이 삽입되는데 국악기를 사용한 음악은 하나도 없다.
본래 유학을 떠나 미국 뉴욕에서 재즈베이시스트로 활동한 모그는 "베이스와 신시사이저로 한국 악기의 뉘앙스를 풍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베이스가 북처럼 들리거나 아쟁·거문고·해금처럼 들릴 거예요. 장구나 북을 사용해야 할 부분은 젬베(아프리카의 타악기)나 타블라(인도의 타악기)를 사용합 겁니다."
특히 아프리카 리듬이 한국의 토속적인 리듬과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있다면서 '적' 작업에서 그런 부분을 발견하고 싶다고 했다. 사물놀이의 대부 김덕수와 함께 난장 밴드에서 활동할 당시 인용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제가 난장밴드에 들어오기 전 베이시스트가 흑인이었는데 그의 그루브가 국악의 장단과 잘 맞았죠. 제가 이어 그 부분을 담당하다 보니 나중에 본격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었죠."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신작 '적' 음악감독 모그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6.02. myjs@newsis.com
90년대 말 뉴욕에서 활동할 당시 현대무용가 안은미와도 작업했던 모그에게 무대 작업은 낯설지 않다. 평소 무브먼트(움직임)에도 관심이 많다. 갤러리 등 미술계와도 종종 협업하고, 4~8일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제3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찰리 채플린을 소재로 한 음악 작업도 선보인다.
"아무래도 무용은 대중 예술과 다른 순수 예술이니까요. 개인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존중하는 시스템 때문에 좋아요. 하지만 다른 대중 예술에 비해 제작이 활발하지 못하다 보니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 점은 아쉽죠."
모그의 음악적 뿌리는 뉴욕 언더그라운드다. 용광로처럼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녹아들어간 그곳에서 클래식, 록 등 여러 음악을 자신 안에 융화시켰다. 그는 "앞으로도 이처럼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적' 11~1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출연 최진욱, 박혜지, 송설, 조용진, 이석준. 러닝타임 50분. 2만~3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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