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해킹 회의론, 국가적 사이버안보·개인정보 위협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4일(현지시간) 뉴욕시 검찰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 재단을 앞으로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통령직에 전념하기 위해 이해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고 그는 밝혔지만 이 재단은 지난 9월부터 자선재단이 선거전을 지원했다는 법률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계속해서 국제적 해킹 위협을 일축하려 들면 들수록 적대국 해커들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미국 사이버안보 능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직 미 국방부 안보정책고문인 마이클 슐메이어 교수는 해킹 공격이 "나라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임에도 불구하고 정치·당파적인 이슈로 경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된다"고 전했다.
슐메이어 교수는 "몸무게가 400파운드 나가는 해커가 방에 앉아 말썽을 피우는 수준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9월 벌어진 대선 1차 토론에서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해킹 배후에 대해 "400파운드 나가는 누군가가 침대에 앉아서 했을 수도 있다"고 한 말에 대한 일침이다.
NYT에 따르면 2001년 벌어진 9·11테러 공격 이후에 미국 정부는 사이버안보를 대폭 강화해 왔다. 하지만 대선 개입 해킹 의혹이 제기되면서 트럼프가 사이버안보의 필요성에 대해서까지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전 백악관 사이버보안 책임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용해온 사이버안보 정책을 트럼프가 뒤집거나 조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책임자는 "편지를 쓰는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온라인상에서 모든 것이 이뤄질 것"이라며 "(트럼프 같이) 컴퓨터를 경시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온라인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집해 왔다.
그는 지난달 "컴퓨터 때문에 우리 삶이 복잡해 졌다"며 "컴퓨터 시대에는 누구도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도도 빠르고 우리는 많은 것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보안을 갖췄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인 데빈 누네스 공화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도 러시아 해킹 의혹을 경시하려는 트럼프를 지원하고 나섰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을 염탐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라며 "놀랄만한 일이 아는데 왜 큰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션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도 지난 1일 "러시아가 선거기간 중 민주당 이메일 해킹의 배후에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며 "만약 그들이 해킹을 저질렀다고 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보복결정이) 지나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사이버안보를 경시하는 트럼프의 발언과 태도는 이를 역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안보불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난도 쇄도하고 있다.
애덤 쉬프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는 A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가) 단순히 데이터를 훔친 것이 아니라 (해킹을) 무기화했다"며 "대선의 결과에 영향을 주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미국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트럼프가 안보·정보 공동체를 폄하하는 것을 삼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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