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G2 충돌 피하는 '시간벌기' 성공…"협상체제 마련 큰 진전"
【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정상회담 후 함께 걷고 있다. 2017.04.08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양국 간 무역 갈등과 북핵 문제 등 폭발직전의 현안들을 시간을 두고 협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기존과는 다른 협상 체제를 마련한 것은 시 주석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이 안보와 경제, 사법, 사이버 보안, 문화 등 주요 분야의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각료 간 대화 체제를 가동키로 합의함으로써 양국 간 무역 및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양국 정상회담 후 정상들이 종합대화를 주관하고 ▲외교안보 ▲전면 경제 ▲법 집행과 사이버안보 ▲인문과 사회교류 등 4개 분야에서는 각료 간 대화채널을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부터 진행해온 미․중 전략․경제대화(U.S.-China 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를 확장한 것이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의 자문 기관인 ‘컨트롤 리스크’의 앤드류 길홈 수석이사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개인적인 결정을 우선시하는 지도자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번 합의는 상당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갖기 전 시 주석과의 만남이 “매우 어려운(very difficult)”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마치고 난 후에는 “탁월한 관계(an outstanding relationship)”를 맺는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시 주석 역시 “서로 깊이 알게 됐다. 일종의 신뢰를 쌓게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시 주석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을 겨냥한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 냈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 나온 트럼프는 시 주석과 “탁월한 관계”를 맺게 됐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11월 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를 통해 지도부를 교체한다. 또한 국제적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는 북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간 무역전쟁은 물론 남중국해에서의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 위험마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팜비치=AP/뉴시스】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6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의 방문을 환영하는 만찬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6.04.06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래서 아시아 담당 선임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자신의 등에서 떨어지는 것만을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오는 11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때까지 미국과의 갈등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간 경제 및 안보 이슈들이 리스크 요인들이 양국 간 무역전쟁 혹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기 전에 신속하게 공동의 해결책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전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한의 핵위협을 해결하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만찬 도중 시리아에 미사일 폭격을 단행했다. 자국 반군들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응징한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경우 북한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응징을 가할 수 있음을 시 주석 앞에서 과시한 것이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정상에게 전화를 통해 미․중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핵 문제의 심각성 및 대응방향에 대해 중국과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는 점을 양국 지도자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미․중 정상회담 다음 날인 8일 싱가포르에 배치돼 있던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함(CVN-70)을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이동시켰다. 데이브 벤험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한 미사일 시험프로그램과 핵무기 개발 야욕으로 북한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칼빈슨함 이동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중국 초청을 받아들였다. 트럼프의 중국 국빈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오는 11월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 전에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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