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의식 불명' 건강 상태 단정 짓기 어려운 북한 병사
평소 열악했던 건강 상태…쉽사리 회복 예측 어려워
【수원=뉴시스】김지호 기자 = 2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북한군 병사는 사흘째 의식이 없고 몸속에서 최대 27㎝에 달하는 기생충 수십 마리가 발견되는 등 평소 열악했던 영양상태 탓에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15일 오후 경기 수원 권역외상센터에서 북한군 병사의 2차 수술을 집도한 뒤 브리핑을 열고 있다. 2017.11.15. [email protected]
북한군 병사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 교수는 15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사람에서 발견할 수 없는 기생충이 (소장 내부에서)발견됐다"라며 "외과의사로서 20년 동안 볼 수 없었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기생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소장 내부에 있던 수십 마리의 기생충은 총상으로 몸속 장기를 뚫고 나와 분변과 섞여 내장 오염을 일으켰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웬만큼 방역시스템이 갖춰져 이러한 기생충이 발견되기 어렵다"며 "발견된 기생충은 모두 제거했으나, 기생충 감염이 생기면 치명적인 합병증이 유발되기 때문에 주의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병사가 구강으로는 기생충 치료제를 먹지 못해 의료진은 기생충을 죽일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복부를 봉합한 상태여서 상처 부위에 약을 뿌리기도 어렵고, 외국 논문을 통해 찾아낸 주사로 혈관에 직접 약을 넣는 방법은 이론만 있다.
몸속에 기생충이 기생하는 만큼 건강상태는 열악했다. 키 170㎝, 몸무게 60㎏으로 추정되는 병사의 팔과 다리 등 신체 부위는 우리나라 성인 남성과 비교했을 때 말라보였다.
【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15일 오후 경기 수원 권역외상센터에서 북한군 병사의 2차 수술을 집도한 뒤 브리핑을 열고 있다. 2017.11.15. [email protected]
병사의 소장에서는 옥수수 알갱이와 분변이 섞인 채 발견됐다. 북한군의 식량 보급 대다수가 옥수수로 이뤄지는 등 열악한 점을 고려하면 평소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현재 상태가 가장 심각한 소장은 '짧은 장 증후군'이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북한군 병사의 소장은 우리나라 성인 남성 평균 길이는 2m에 못 미치는 150~160㎝로 관찰됐다. 여기서 손상된 소장 40~50㎝가 절제됐다.
짧은 장 증후군은 복통, 설사, 탈수, 체중 감소, 무기력 등의 증상으로, 영양결핍으로도 이어진다.
북한군 병사는 이처럼 평소 열악한 건강 상태에서 총상으로 몸속 보유량의 절반으로 추정되는 1.5ℓ의 피까지 쏟아내고 쇼크 상태가 길어 일반적인 외상 환자보다 예후가 불량하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병사의 과거 병력을 알 수 없고, 영양도 불량한 상태여서 알 수 없는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일반적인 중증외상환자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은 어렵지만, 추가 합병증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오후 3시31분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병사는 군사분계선(MDL) 남측으로 50여m 떨어진 지점에서 복부와 우측 골반 부위, 양팔, 다리 등에서 5곳 이상의 총상을 입고 우리 군에 의해 구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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