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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 안양 덕현지구 동파, 조합 용역직원 소행

등록 2018.01.03 18:21:37수정 2018.01.03 18: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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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뉴시스】 장태영 기자 =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의 한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빌라 출입문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있다. 2018.01.03. jty1414@newsis.com

【안양=뉴시스】 장태영 기자 =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의 한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빌라 출입문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있다. 2018.01.03. [email protected]


【안양=뉴시스】 장태영 기자 = 경기 안양시 호계동 재개발지역 덕현지구에서 발생한 동파는 재개발조합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났다.<뉴시스 12월29일자 보도>

 조합 용역직원들이 새벽 빈집 계량기 안에 있던 동파 방지 스티로폼을 빼내는 모습을 상당수 주민이 목격한 것이다. 조합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3일 덕현지구 주민의 말을 종합하면 덕현지구 한 빌라(6세대) 미이주 주민 김모(53)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2시30분께 검은 조끼를 입은 20대 남성 2명이 빈집 계량기함에서 스티로폼을 꺼내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 스티로폼은 계량기가 애초 설치될 때 동파를 막기 위해 계량기함 규격에 맞춰 끼워져 있던 것이다.
 
 김씨는 남성들이 있던 빈집의 계량기함이 열려 있고 스티로폼이 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보고는 항의했다.

 김씨는 당시 남성들에게 "뭐 하는 짓이냐. 일부러 계량기를 얼리려고 그러느냐"고 했다. 그러자 남성들은 "점검 중이었다"고 한 뒤 자리를 뜨려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안양=뉴시스】 장태영 기자 =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 빈집의 계량기함. 2018.01.03. (주민=독자제공) jty1414@newsis.com

【안양=뉴시스】 장태영 기자 =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 빈집의 계량기함. 2018.01.03. (주민=독자제공) [email protected]


  김씨가 소리치는 바람에 몰려나온 주민 4명이 이런 상황을 목격하고 남성들의 옷깃을 잡았고, 남성들은 112에 신고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남성들은 출동한 경찰에 "조합 용역직원이다. 계량기 점검 중이었다"고 말한 뒤 경찰의 중재로 자리를 떴다. 



【안양=뉴시스】 장태영 기자 =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의 30여세대가 빈집의 동파로 피해를 보고 있다. 2018.01.03. jty1414@newsis.com

【안양=뉴시스】 장태영 기자 =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의 30여세대가 빈집의 동파로 피해를 보고 있다.  2018.01.03. [email protected]


  또 다른 빌라 2층에 사는 김모(55)씨도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20분께 귀가하다가 빈집의 계량기함에 있어야 할 스티로폼이 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목격했다. 김씨가 사는 빌라의 빈집 계량기 9곳 모두가 이런 식이었다. 

 김씨는 다음 날 시에 민원을 냈고, 시는 조합을 상대로 확인해 용역직원의 소행인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후 시의 조처는 없었다.

 이곳 미이주 주민은 "조합이 강제로 이주시키기 위해 용역을 시켜 동파를 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양=뉴시스】 장태영 기자 =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의 한 주민이 동파로 집에 물이 차올라 공업용 온풍기로 물기를 말리고 있다. 2018.01.03. jty1414@newsis.com

【안양=뉴시스】 장태영 기자 =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의 한 주민이 동파로 집에 물이 차올라 공업용 온풍기로 물기를 말리고 있다. 2018.01.03. [email protected]


 이러는 사이 지난달 23일부터 한파가 몰아치면서 빈집 30여 곳의 계량기가 모두 동파했다. 이 여파로 미이주 가구마다 물이 새고, 보온이 안 돼 얼음집이 돼 버렸다. 건물 외벽은 아예 거대한 고드름으로 덮인 상태가 됐다. 
 
 한 가구는 집안 바닥 전체가 물에 잠겨 공업용 온풍기로 3일째 말리고 있다.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계량기 점검을 한 뒤 (용역직원들이) 스티로폼을 다시 넣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의도적으로 동파를 야기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덕현지구 미이주 주민은 조합이 의도적으로 동파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이 책임을 물어 형사 고소하고 소송도 내는 방안을 긴급회의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한 주민은 "조합의 비인권적인 행위에 철저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러다 주민이 동사할 수 있는데 도대체 안양시는 뒷짐만 쥐고 있다. 주민을 대신해 조합을 상대로 고발하고, 주민을 위한 긴급 복지지원에도 나서야 할 것 아니냐"며 "노숙자도 거리에서 얼어 죽지 않게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우리는 왜 나 몰라라 하느냐"고 항의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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