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떨어졌나요"…실수요자들, 집값 하락 왜 체감 못하나
서울 집값 상승률 10년만에 최고…집값 상승세 '급등' 하락세 '찔끔'
하방압력 점점 거세…"실수요자 체감할 수 있을 정도 하락폭 아냐"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9.13 부동산 종합대책의 여파로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더 줄어들고, 시장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18.09.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직장인 서병기(39)씨는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대흥동 전용면적 59㎡ 아파트에 5억원을 주고 전세로 입주했다.
서씨는 집을 살까 고민했지만,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말을 믿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잠시 미뤘다. 하지만 현재 이 아파트 매매시세는 9억~10억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가 전세 시세도 비슷하게 상승했다.
서씨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말만 듣고 전세를 선택한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며 "최근에 언론에서 집값이 하락했다고 연일 떠드는데 실제 하락했는지 느낄 수 없고, 이제는 내 집 마련의 꿈도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9.13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1년2개월여 만에 하락하는 등 집값이 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 입장에선 아직 체감할 수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9·13대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서울 아파트값의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4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5% 떨어졌다. 3주 연속 하락세다. 또 하락폭은 지난주(-0.02%)보다 2.5배 확대됐다.
낙폭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컸다. 강남구의 낙폭이 -0.16%로 가장 컸다. 이어 서초 -0.15%, 송파 -0.14%, 강동 –0.07% 등이 뒤를 이었다. 강북지역 14개 구는 0.01%에서 -0.01%로 하락 전환했다. 강북지역 14개 구의 하락은 지난 2017년 8월 4째 주(-0.02%) 이후 64주 만이다.
전국 아파트가격 매매가도 0.04% 떨어졌다. 시도별로 ▲인천(0.09%) ▲전남(0.07%) ▲대전(0.07%) ▲대구(0.06%)는 상승한 반면 ▲울산(-0.29%) ▲경북(-0.18%) ▲경남(-0.18%) ▲충북(-0.16%) ▲강원(-0.14%) ▲부산(-0.10%) ▲충남(-0.06%)은 하락했다.
【서울=뉴시스】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넷째주(2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5% 하락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종부세 강화와 대출 규제 등 9.13대책과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이 담긴 9.21 공급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간 거침없던 상승폭에 비하면 하락폭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에선 집값 오름세가 상당 부분 꺾여 하락세로 전환되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굳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집값은 실수요자들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가 8.3대책을 발표한 뒤 서울 아파트값이 한 달 간 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쉬지 않고 9.13대책 발표 전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4.69%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9월 기준 9.18%나 올랐다. 불과 9달 만에 지난해 상승률의 두 배가 오른 것이다.
또 지난달까지 서울 집값 상승률이 10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6%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지난 2008년(11.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한 것에 비해 하락세가 완만하면서 실수요자들이 집값 하락세를 뚜렷하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수요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으면서 부동산시장은 갈수록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9.13대책 등 정부의 잇단 고강도 정책 영향으로 집값이 당분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집을 매수하려던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선택하는 양상이다.
올 하반기 예고된 기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종부세 강화 등 집값 하방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실수요자들이 예상하는 기준까지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등으로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고, 대출 금리도 오르는 추세라 실수요자들이 실제 매매에 나설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하지만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추가 공급 대책과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에 쏠린 유동자금을 분산해야 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리 인상과 정부 연내 발표할 3기 신도시 공급 방안이 향후 집값 추이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현재 9.13대책 등 정부의 정책으로 전체적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관망세 늘어나면서 호가가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승폭이 둔화됐다 이제 하락하는 것으로 시장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향후 집값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며 "종부세가 원안대로 국회 문턱을 넘고, 공급을 늘리는 대책들이 잘 추진된다면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세 흐름이 굳어지고, 하락폭도 눈에 띌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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