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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先답방에서 북미교착 '활로'···중재 고삐 다시 쥔 文대통령

등록 2018.12.04 0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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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설득 뒤 '자신감' 얻은 文대통령···한반도 운전자 '재각인'

文 쾨르버 연설에 金 신년사 화답···이번에도 재연될 지 관심

【오클랜드(뉴질랜드)=뉴시스】전신 기자 = 뉴질랜드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클랜드 코디스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격려사하고 있다. 2018.12.03.  photo1006@newsis.com

【오클랜드(뉴질랜드)=뉴시스】전신 기자 = 뉴질랜드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클랜드 코디스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격려사하고 있다. 2018.12.03. [email protected]


【오클랜드(뉴질랜드)=뉴시스】김태규 기자 = 북미 비핵화 대화의 답보 상태를 지켜보던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중재자 역할의 고삐를 다시 쥐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돌파구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을 본격 추진하고 있어서다.

올해 마지막 순방길에 올랐던 문 대통령은 '선(先) 답방, 후 북미' 카드의 성사로 한반도 문제에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던 북미 대화의 중재를 통해 '한반도 운전자론'을 다시금 각인 시켰다.

뉴질랜드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4일(이하 현지시각)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올해 마지막 해외순방 일정을 마무리 한다. 체코·아르헨티나를 거친 5박8일의 여정을 뒤로한 채 귀국길에 오른다.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는 단연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추진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이끌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마련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우선 답방 필요성의 논리를 관철시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뉴질랜드로 향하던 전용기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서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인식을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 내부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뒤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지는 게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 부분에서 얻을 것이 많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뒤 3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 자칫 미국 조야의 '속도 조절론'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러한 부담을 안고서도 김 위원장의 우선 답방을 추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장기 교착 상태 국면에 접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때를 놓치면 번번이 좌절됐던 과거 북미 협상의 전례를 답습하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수 있다. G20 기간 '풀 어사이드' 해프닝을 겪긴 했지만 그토록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했던 절실함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 G20 양자정상회담 접견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12.01.  photo1006@newsis.com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 G20 양자정상회담 접견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12.01.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추진 과정에서의 고민이 적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서 한 가지 우려를 덜었다"면서 "혹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 이전에 답방이 이뤄지면 그런 것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가 없지 않았는데, 회담을 통해서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시선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닿아있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연내 답방 '러브콜'에 호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북한에 김 위원장의 공식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답변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건넨 손을 잡는다면 지난해 7월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제안으로 시작된 극적인 국면 전개가 재연될 수 있다. 남북 관계 발전을 동력삼아 북미 대화에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전날 뉴질랜드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한 발 두 발 전진하다 보면 불가능해 보였던 한반도 평화의 길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힌 것도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제 관건은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이 이같은 훈풍 기류에 편승해 조기 서울 답방을 결정할 경우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에서도 한층 더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보기좋게 효과를 발휘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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