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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유통업계 "중국서 비싼 수험료 내고 배웠다"

등록 2019.01.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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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이마트, 중국서 실패 후 철수

높은 규제와 현지화 실패로 중국시장 고전

철저한 현지 전략으로 베트남서 승부

이마트 고밥점

이마트 고밥점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중국 시장에서 큰 실패를 경험한 기업들은 베트남에서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 이마트, GS리테일 등 기업들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러 부분에서 점포 운영을 개선하기도 했다. 

 2000년대 우리 기업들은 앞다퉈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2000년대 기준 인구 12억명을 보유한 중국 시장은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엄청난 '기회의 땅'으로 보였다. 당시 유통업계는 "12억명이 물건 하나씩만 사도 12억개"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겼다. 이 말을 쫓은 기업들은 너도나도 중국으로 진출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기회의땅'으로 여겨졌던 중국에는 기회만 있었을 뿐, 열매가 없었다. 롯데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전격 철수했고, 이마트도 20여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롯데마트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112곳에 달하는 현지 점포 대부분의 영업이 중단되고 나머지 점포의 매출도 80% 이상 급감했다. 결국 지난해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유통업계와 증권가는 롯데마트가 11년만에 철수하면서 약 2조3000억원의 손실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현재 중국에서 운영중인 백화점 5개 점포에 대해서도 철수 여부를 검토중이다.

 이마트는 보다 충격적이다. 사드보복 등 정치적인 이유가 반영되지 않고 사업성에서 철저하게 실패를 맛 봤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20년 만에 완전히 철수하기 전까지 자체 소유 매장 1개와 임대 매장 5개 등 총 6개 점포를 운영했다. 이마트는 수익성 악화와 사드 배치로 인한 반한감정 고조,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 등으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에서의 실패는 베트남시장을 공략하는데 좋은 교본이 되고 있다. 중국처럼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보다 점진적이고 맞춤형 전략을 쓰는 것이다.

 이마트의 예를 보면,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선 상품개발을 담당하는 MD는 마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유통의 꽃'으로 불리는 자리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현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근 베트남 호치민 롯데마트 고밥점(Gò Vấp)에 부산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인 'BE GOODS by Busan'을 개장했다고 9일 밝혔다. BE GOODS By Busan에는 부산지역 가공·냉동식품(6개사), 주방·생활용품(6개사), 화장품(1개사) 등 총 13개사의 제품을 판매한다.2018.07.09. (사진=부산혁신센터 제공)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근 베트남 호치민 롯데마트 고밥점(Gò Vấp)에 부산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인 'BE GOODS by Busan'을 개장했다고 9일 밝혔다. BE GOODS By Busan에는 부산지역 가공·냉동식품(6개사), 주방·생활용품(6개사), 화장품(1개사) 등 총 13개사의 제품을 판매한다.2018.07.09. (사진=부산혁신센터 제공)[email protected]

예를 들어 중국 소비자들은 생선 등을 원물 그대로 구매해 스스로 손질하길 선호하지만 이마트는 한국에서처럼 이미 손질된 팩상품으로 팔았다. 또 중국 시장 진출 초기에는 점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의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채워졌다. 상품과 주요 직원의 '현지화'가 진행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마트는 베트남에서 중국에서 실수를 만회하듯 철저하게 다른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오토바이 이용률이 80%가 넘는 베트남 현지 사정을 감안해 오토바이 15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MD도 현지화해 베트남인들의 소비습성과 입맛에 맞춘 상품을 내놨다.

 또 300명 가량의 점포 인력 가운데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점장을 비롯해 직원의 95% 이상을 베트남 현지인으로 구성했다.

 출점 전략도 중국을 반면교사 삼았다. 중국에서는 북경·상해·천진 등 여러 대도시에 거점을 두고 동시다발적으로 빠르게 점포를 넓혀갔다. 하지만 베트남은 경제수도라 불리는 호치민에 거점을 두고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려는 방식을 취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중국에 진출했을 때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며 "중국과 베트남의 기업환경은 다소 다르지만 우리서는 큰 경험을 쌓은 셈"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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