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조선 매각, 조선업 '빅2 재편' 필요 판단…공적자금·특혜시비 문제는 걸림돌
대우조선 매각 '민간주인찾기·산업재편'이 원칙
현대重과 우선 접촉해 합의안 마련…사실상의 '수의계약' 지적
국민혈세 회수 방안도 미흡…"산업경쟁력·경영정상화에 초점"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절차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01.31. [email protected]
이는 국내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빅3 체제를 '빅2'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큰 그림'에 따른 것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2016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조선 3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시켰다.
그러나 정부 기대보다 전세계 조선업 업황 개선이 더디자 업계에서는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정부도 공급과잉과 중복투자, 저가수주 경쟁 등 국내 조선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빅2 재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우조선 매각을 검토해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날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 "제대로 된 산업구조개편이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잘 이뤄진다면 세계적인 조선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될테고 아직까지는 조선업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에 선박 가격을 제대로 받지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도 개선될 것"이라고 한 것은 이번 협상과 관련한 정부 기조를 잘 드러내고 있다.
대우조선의 방위산업 부문을 감안할 때 국가안보 차원에서 해외매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제약도 있었다.
산은 내부적으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결과로 대우조선이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한 상황에서 마침 글로벌 조선 시황도 살아나고 있어 지금이 '새 주인 찾기'의 적기라는 판단이 있었다. 조선업 비전문가인 산은이 대우조선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산은에 따르면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작업 결과 2016년말 5544%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222%로 떨어졌고 2017년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후발주자들의 위협이 거센 상황에서 대우조선의 근원적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찾기'와 함께 현재 빅3 체제하의 과당경쟁, 중복 투자 등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빅2 체제로의 조선산업 재편 추진병행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원칙 하에 M&A 협상이 가능한 대상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밖에 없었으며 이 가운데 조선산업재편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던 현대중공업과 우선 협상을 추진해 조건부 양해각서(MOU) 체결에 이르렀다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현재 산은은 대우조선의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MOU는 현대중공업이 조선통합법인을 출범시키고 산은이 보유 중인 대우조선 주식 5973만8211주를 전량 통합법인에 현물출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물출자의 대가로 산은 앞으로는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보통주가 신주발행된다.
결과적으로 통합법인은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미포조선과 더불어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특히 통합법인은 3자배정 유상증자로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자금 부족시 1조원의 추가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MOU를 두고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삼성중공업에게도 인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는 했지만 일찌감치 현대중공업과 우선 접촉해서 사실상 최종 합의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하면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결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31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의 모습. 2019.01.31. [email protected]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쟁입찰 대신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에 뒤늦게 대우조선 인수 제안서를 전달한 것은 특혜 비판을 의식한 요식행위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산은은 그러나 M&A 정보가 미리 유출될 경우 협상 성사 가능성이 약해질 수 있어 현대중공업과 거래 조건을 확정한 뒤 삼성중공업의 의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 가치가 2조1500억원에 달해 매수자 부담이 막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고가를 써내는 경쟁입찰로 진행하기도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과 먼저 딜을 추진했다고 해서 특혜를 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대중공업이 제시했던 조건을 삼성중공업에 모두 제시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삼성중공업 입장에서 훨씬 판단과 결정이 쉬운 이점도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과 우선 협상을 진행한 데 대해서는 "이 딜은 우리가 단순히 기업을 사고파는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와 지역경제, 나아가 산업전체의 이해가 걸려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측과 우선 협상하는게 훨씬 신속하게 협상을 끌어나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에 들어간 막대한 국민혈세를 회수할 방안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우조선에 들어간 공적자금 규모는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정부가 2015년 서별관회의를 통해 지원을 결정한 4조2000억원과 2017년에 추가 투입한 2조9000억원 등 최소 7조100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이번 딜로 산은이 얼마 만큼의 공적자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 전량을 넘기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게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설립할 중간지주회사격인 조선통합법인 주식을 넘겨 받는 것이기 때이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공적자금을) 얼마 투입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우조선과 조선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이 시점에서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의 차원"이라며 "당장 공적자금 회수 목적으로 M&A를 실시하는 게 아니다. 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향후 주가상승에 의해 회수자금이 늘어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공적자금 효과를 극대화하고 직간접적으로 투입된 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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