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팎서 5월 단체 항의집회 "전두환 엄벌 촉구"
5월 3단체 등 50여명 모여 항의피켓 들고 '구속하라' 구호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열린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한 11일 광주시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이며 엄벌을 촉구했다.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회원 등 50여명은 전씨가 광주지법에 이르기 직전부터 법원 안팎에서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날 낮 12시34분 전씨가 탑승한 차량이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광주지법 후문 쪽에 도착했다.
전씨의 차량이 법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5월 단체 일부 회원이 항의하며 법원 출입문 안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이 제지했다.
광주지법 법정동 후문 앞에 모인 5월 단체 30여 명은 '5·18 진실을 밝히라' , '전두환은 진실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 '전두환 구속으로 사법정의 실현'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1980년 5월 당시 참상이 담긴 사진과 함께 '전두환이 민주주의의 아버지면 이완용은 근대화의 아버지다'라고 적힌 조롱섞인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법정동 앞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오른손을 거세게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정가'를 제창했다.
이어 '전두환은 물러가라', '전두환은 사죄하라', '학살책임자 전두환을 구속하라', '전두환 구속으로 오월정신 계승하자'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전씨는 법정동 2층 증인지원실에 머물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전씨가 항의 구호를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 인근 광주 동산초등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을 맞은 학생들이 복도 창문에 모여 '전두환 나쁜놈', '전두환은 물러가라'를 따라 외치기도 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광주시민들은 감정적인 대응이 재판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것이다"면서 "전두환씨가 광주시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적어도 '잘못했다. 내가 죄를 졌다', 말 한마디만 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전씨의 사과 한 마디면 광주시민들의 응어리가 풀릴 것이고 5·18진상규명도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씨는 법원에 들어가면서 "광주시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시민에게 사과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인상을 쓰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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