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답변에 신경질' 전두환씨 알츠하이머 맞나
광주지법 오갈 때 비교적 건강한 모습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19.03.11.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5·18민주화운동 39년만에 광주에서 처음으로 재판을 받은 전두환(88) 전 대통령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주장하는 전씨는 재판 때 판사의 질문에 정확히 답변하고 취재진 질문에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 피고인석에 자리한 전씨는 "재판장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며 헤드셋을 요청했다.
헤드셋을 낀 전씨는 생년월일·직업·주소 등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예 맞습니다"라고 세 차례 또박또박 대답했다.
진술거부권 고지 때에는 굳은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쓰기도 했다. 검사의 모두진술 땐 부인 이순자씨와 자리를 바꿔 피고인 지위와 공소사실 등이 적힌 모니터를 지켜보기도 했다.
변호인이 관할지 위반을 설명하고 있는 도중에 고개를 젖히고 졸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전씨는 "5·18 당시 헬기사격을 부인하고 회고록 발간 전 국가기관에서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고 변호인이 주장할 때 고개를 끄덕였고, 재판 직후 항의하는 방청객을 강렬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후 12시34분 광주지법 후문에 도착한 전씨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양복 단추를 잠그고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뒤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법정동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약 서른 걸음을 걷는 동안 거동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당찬 모습이었다. 이씨가 자신과 발걸음을 맞춰 걷는지 잠시 쳐다보기도 했다.
이내 "광주시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시민에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인상을 쓰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법정에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증인 지원실로 향했다. 이 과정에 엘리베이터를 잡아준 직원에게 "땡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를 앓고 있다고 했지만, 신경질을 내는 등 외관상으론 지병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전씨는 앞서 이날 오전 8시32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나올 때도 혼자 차량에 탈 정도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전씨는 지난해 8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첫 형사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이 무렵과 이후에 강원도 모처의 골프장에서 멀쩡히 골프를 쳤다는 증언과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 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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