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고의성 없다" 해명에도 '허가취소' 무게
세포변경 알고도 숨겼다면 허가취소 면하기 어려워
여론도 싸늘…"코오롱 모른 것 아닌 숨겼다는 의심"
인보사 암유발 가능성 제기…안전성 문제 배제못해
【서울=뉴시스】인보사. (사진= 코오롱생명과학 제공)[email protected]
인보사는 주성분인 2액, 즉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가 애초 식약처 허가를 받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GP2-293세포)라는 것이 15년 만에 밝혀지면서 지난 1일부터 국내 판매와 유통이 중단됐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 여부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단계에서 인보사의 성분을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고의로 바꿨거나,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뀐 것을 알고도 숨겼다면 허가취소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세포주가 바뀐 과정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연골세포로 품목허가 신청을 하게 된 경위를 규명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다음달 말까지 자체 조사를 거쳐 인보사에 적시된 내용물을 변경하는 '품목변경', 시장에서 곧바로 퇴출되는 '허가취소' 등의 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세포 명칭만 '연골세포'에서 '293세포'로 바뀌었을 뿐 초기 개발 단계부터 전임상, 임상 1~3상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성분을 사용해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원칙적으로 허가를 취소하는 것이 맞다"는 목소리가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약처가 허가를 내줬을 당시와 다른 성분이 제품에서 확인됐는데 허가를 취소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언제, 어느 단계에서 세포가 바뀐 것을 알게 됐는지 우리가 알 순 없지만 회사 측이 15년간 세포가 바뀐 것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식약처가 허가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는다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도 차갑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준현 정책위원장(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엉터리 허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규탄 및 검찰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1액이 아닌 2액이 핵심 기술로, 최신기법 만이 아니라 핵형분석 만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면서 "제약사가 모른 것이 아니라 숨겼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기획팀장도 "코오롱은 처음 개발단계부터 이미 (연골세포가 아닌)293세포임을 알았다"며 "임상 3상에서 이중맹검(약의 효과를 연구할 때 실험자와 실험을 받는 사람이 어떤 약이 투여됐는지 모르게 하는 방법)을 통해 약의 효과를 판단하는데, 충분히 생리식염수와 인보사가 육안으로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주성분이 바뀐 점만으로도 제품의 허가를 취소할만한 사유가 상당하다"며 "293세포는 종양유발세포로, 이에 따라 (식약처는)우려되는 유해성에 대해 허가취소 이상의 법적 조치를 취함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인보사의 안전성 문제도 무게추가 허가취소로 기울고 있는 한 요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철저하고 완벽한 방사선 조사로 종양원성(암 유발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식약처가 공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회 내부에서 "293세포에 바이러스가 삽입돼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식약처가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연골세포로 봤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간과됐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앞서 인보사는 미국 임상과정에서 종양을 유발하는 세포가 확인돼 미국에서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인보사의 국내 유통 제품 성분이 미국 임상 때 발견된 인보사의 성분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지했다. 미국 측에 의뢰한 STR시험 결과 인보사의 TC성분이 비임상단계(동물실험)부터 임상 1~3상, 상업화 제품에 이르기까지 연골세포가 아닌 293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인보사 허가가 취소될 경우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해외 기술수출·판매 계약이 해지될 위기를 맞게 된다. 인보사 개발을 담당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도 존폐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미국·유럽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회사의 전부인 인보사 허가가 취소되면 판권사업에 영향이 불가피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코오롱 그룹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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