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기회상실 해결 못하면 자본주의 무너져" 美기업인들
젊은이 51%, 사회주의에 긍정적
【뉴욕(미 뉴욕주)=AP/뉴시스】월가 점령 시위대가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원체이스 맨해튼 플라자에서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대선 출마 희망자들이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미국 기업인들에게조차 점점 더 분노의 원천이 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약자층의 기회조차 박탈해 분열과 분노를 조장하는 원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 포스트(WP)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들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의 자본주의는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의 억만장차층들에게마저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만든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그에 따른 울분이다.
억만장자 투자자 세스 클러먼은 "우리는 지금 무장혁명은 아니지만, 혁명의 한 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명이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같진 않다"고 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자본주의의 재해석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레베카 헨더슨(여)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점점 더 기업과 정부에 대해 시니컬해졌으며 미국과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7년 전 첫 강의 시작 때 28명에 불과하던 수강 학생 수는 이제 300명을 훌쩍 넘어섰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해 지적되는 가장 큰 문제는 소득의 불평등 확대와 기회의 상실이다. 특히 불평등으로 인해 통제되지 않는 자본주의의 실패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구상의 수십억명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에 결함이 없다거나 개선이 필요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JP 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은 지나치게 자기본위적이고 이기적이라고 지적한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나는 자본주의자이지만 자본주의는 스스로 초래한 불평등으로 인해 무너졌다"고까지 말했다. 달리오는 불평등을 고치지 못하면 큰 분쟁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디즈니사의 상속녀이자 자선사업가인 애비게일 디즈니는 "CEO들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설령 예수 그리스도라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받는 평균 임금의 500배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불평등 심화에 따른 포퓰리즘과 다국적기업들에 대한 불만 고조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위협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치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확대시키고 있다. 포드 재단의 대런 워커 회장은 "젊은 층이 사회주의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미국 젊은이들 중 사회주의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51%로 자본주의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45%를 넘어섰다. 2010년에는 자본주의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68%였다.
저스트 캐피털의 마틴 휘태커 CEO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개혁의 현명한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지만 아직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모리스 펄 전 전무는 총체적 불평등이 자유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무너트렸다며 자본주의가 살아남으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매킨지의 도미닉 바튼은 가장 성공적인 경제체제로 간주돼온 자본주의를 개혁을 통해 살리기 위해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10∼15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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