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김일성의 비동맹외교 재연할 것' 천명
중국·베트남·러시아·미국 정상회담으로 북한 지위 상승
핵·인권 압박하는 유엔에 새 국제질서 수립해 맞서겠다
【서울=뉴시스】지난달 2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평양함대 전투영광기념비에 화환을 증정하고 있다. (출처=노동신문) 2109.04.27.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북한 외무성이 1970년대 김일성 주석의 비동맹외교를 재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로운 대내외 진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는 북한이 앞으로 제3세계 국가들과의 외교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20세기말 공산진영의 붕괴 이후 사실상 와해된 상태인 비동맹을 상대로 외교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 외무성은 16일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중요한 대외정책적 입장"이라는 담화문을 발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위해 나설 것을 천명했다.
북한 외무성은 특히 최근 중국, 베트남, 러시아, 미국과 활발한 정상외교를 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높인 것으로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에 맞게 새로운 국제질서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담화문은 시리아, 베네수엘라에서 "합법적으로 선거된 주권국가의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이 '테러 소탕' '평화보장' '인권옹호' 명목 아래 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담화문은 이어 '제국주의자'들이 "저들에게 순종하는 나라들은 선의 나라로,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악마' '깡패국가' '독재국가' '테러지원국'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오늘날 국제관계에서 난무하고 있는 이중기준과 강권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담화문은 또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자주성에 기초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세워야 한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차례의 중국 방문, 베트남 방문, 러시아 방문과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높아진 전략적 지위에 "상응한 책임감과 자각"을 가지고, 북한이 낡은 국제질서를 부셔버리고 새 국제질서를 세우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담화문은 비동맹국가들이 유엔 회원국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소수 대국들이 특권을 행사한다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반항한다고 하여 피해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부당한 일이 유엔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동맹외교=2차세계대전 이후 동서 냉전체제에서 양 진영에 속하기를 거부한 나라들끼리 결속할 것을 주장하는 개도국 중심의 국제 외교활동으로 1980년대까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이후 공산진영이 몰락하면서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비동맹외교에 적극 나서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시도했으며 1970년대 비동맹정상회의에서 북한의 주장을 수용한 각종 결의안이 채택됐었다. 이때까지 한국은 비동맹외교에 무관심했었다.
그러나 한국이 1978년 베오그라드 비동맹외상회의 때부터 비동맹외교를 강화함에 따라 비동맹회의는 남북한 사이에 중립적 입장으로 변화했으며 2000년대 이후부터는 성공적 경제 개발의 모범 국가인 한국이 북한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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