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성윤모 "특정국 의존하는 '가마우지' 아닌 '펠리컨'으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발표
"먹을 것 남 주지 않고 우리 것으로 더 크게 만들 것"
"7년간 R&D 투자금 7.8조 연도별 예산 반영분 미정"
"159개 품목 중 100개 품목 선정…3대 통제품목 포함"
"R&D~실증~양산 과정에서의 단절 잇겠다는데 방점"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성윤모(왼쪽 두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8.05. [email protected]
성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우리 모두가 합심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그간의 '가마우지'를 미래의 '펠리컨'으로 바꿀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적 구조는 '가마우지 경제(cormorant economy)'라는 말에 비유돼 왔다. 핵심 부품과 소재 등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다른 국가에 수출하는 구조적 특성이 강화될수록 경제적 이득이 일본에 돌아간다는 의미다. 가마우지라는 새의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뒀다가 새가 먹이를 잡으면 끈을 당겨 먹이를 삼키지 못하도록 해 목에 걸린 고기를 가로채는 낚시 방법에 빗댄 용어다. 1980년대 말 일본의 한 경제 평론가가 쓴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됐다.
성 장관은 "이번 대책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 탈피와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국가적 어젠다(agenda)로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실천 선언"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해왔던 우리 경제와 산업의 저력을 믿고 있으며 이번 대책에 대한 강력한 실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일문일답.
-'가마우지'를 미래의 '펠리컨'으로 바꾸겠다는 말의 뜻은.
"(성 장관)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해서 그것을 빼내는, 말하자면 실속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펠리컨은 부리 주머니에 넣어 새끼에게 먹여 키운다. 우리가 먹을 것을 스스로 삼키지 못해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 것을 다시 한번 더 크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그렇게 비유했다."
【서울=뉴시스】5일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기업 간 협력 모델 구축'이다. 수요자-공급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이어 생태계를 구축, 공급망을 안정화한다. 해외 기술 도입과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도 문을 열기로 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성 장관)투자금 규모는 소재 산업에서의 혁신 기술 개발과 차세대 지능 반도체 기술 개발, 디스플레이 혁신 공정 플랫폼 구축 등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합한 것이다. 사업별로 추진 기간이 2025년, 2026년, 2027년, 2029년 등으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총 자금 규모를 합쳐서 밝힌 것이다."
-올해 기준 R&D 예산으로 이미 배정돼 있는 규모가 총 20조5000억원인데 7조8000억원이 추가로 늘어나는 건지, 아니면 기존 예산 중에 일부를 삭감하게 되는지.
"(성 장관)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확보된 2832억원으로 주요 핵심 부품 개발을 위한 R&D와 신뢰성 평가 및 양산 평가에 대한 지원을 이번달 내에 시행하게 될 것이다."
"(유 장관)7년간 7조8000억원이라는 자금 규모가 기존 R&D 예산에 포함돼 있는지, 특히 내년 예산에 반영이 되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7년간 매년 1조원씩 균등하게 투자할 것인지, 시급성에 따라 내년 예산에 더 큰 규모를 반영하게 될지 달라질 수 있다. 총량적 측면에서 정부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다만 내년 R&D 예산의 전체 규모가 확정되면 배분의 문제다. 우리 산업에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R&D에 대해 우선순위를 갖고 영향 분석을 거치면 단기에 예산이 배분돼야 할 분야와 중·장기적 투자를 해야 할 분야가 구분될 것이다. 각 부처에서 소재·부품 관련 R&D 예산을 파악해보니 7000억원 정도로 전체 예산의 3.5%였다. 그간 예산 차원에서의 산업 육성을 전략적으로 집중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우선순위를 따지게 될 것이다."
-일본의 보복 조치로 159개 품목이 영향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조기에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100개 품목은 이에 포함되는 것인지.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성윤모(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8.05. [email protected]
-1년 이내에 공급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20개 품목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가 모두 해당하는 것인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등 품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일본이 처음 수출 규제 조치를 실시한 3개 품목이 모두 들어가 있지만, 일본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에 의존도가 심해서 전략적 개발이 필요한 품목들을 전문가 및 업계와 상의해서 선정했다."
-부품 자립화 대책을 실제 생산에 적용하는 문제가 남아있을 것 같은데, 삼성이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서 자립화된 부품을 생산 체계에 적용하지 않을 경우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그간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성장과 관련해 가장 반성했던 점은 R&D에서 실제 양산까지 연결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에 서로 이해관계가 달랐다는 얘기다. 수요 기업은 제품의 퀄리티(quality)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스트할 때 수율(투입 수 대비 완성품의 비율)이 나오지 않을 것에 대한 불확실성을, 공급 기업은 소재 또는 장비를 공급할 수 있을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시제품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대책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요 기업의 R&D 로드맵을 공급 기업과 공유한 후 함께 R&D를 진행하고 그 결과가 나오면 이에 대한 양산 테스트까지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제까지 시장에 맡겨뒀기에 실패했던 부분, 즉 R&D에서 실증, 양산, 투자까지 이어지는 부분에서의 협력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각 협력 모델을 신청하면 경쟁력위원회에서 필요한 자금이나 세제 지원, 규제 특례 등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박 장관)대·중소기업의 분업적 협력모델을 만들기 위해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경쟁력위원회를 두고 그 산하에 대·중소기업상생협의회를 설치해 상생 품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업종별 영향 점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성 장관)R&D 단계에서부터 실증 단계를 거쳐 양산 단계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있었던 단절을 이번에 잇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과제 선발과 기획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던 R&D 단계에서부터 패스트트랙을 선정하고 필요하다면 해외에서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을 도입하고 해외 기업 자체를 국내로 유치하는 등 다원적인 기술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민간에서도 정부와 함께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내용도 담았고, 그에 대한 세제 등 여러 지원책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항구적·계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 경쟁력위원회를 만들고 소재부품특별법을 상시법으로 개정하는 등의 추진 계획도 담겼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지방의회에서 조례 중심으로 전범 기업에 대한 공공 구매 물품 제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데, 중앙 정부도 공공 조달시장에서 유사한 대책을 계획하고 있는지.
"(성 장관)중앙 정부 차원에서 특별히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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