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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문' 놓고 한국당과 민주당의 장군멍군

등록 2019.09.02 13: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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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핵심 증인 가족 3人 빼고 청문회 전격 제안

민주당, 한국당 제안 묵살…국회 기자간담회로 맞불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원내대표 회동에서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고 있다. 2019.09.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원내대표 회동에서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고 있다. 2019.09.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여야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증인 채택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가족 증인 출석 양보 카드로 자유한국당이 교착 상태에 빠진 '조국 정국'에 물꼬를 트자,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사실상 국민청문회나 다름없는 국회 기자간담회로 맞불을 놓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여당, 청와대, 여권인사들의 비호 카르텔이 눈물겹다"며 "민주당이 문제 삼는 가족, 증인 모두 양보할 테니 모두 의결해서 법대로 청문회를 하자"고 기존 안에서 한발 물러서는 양보안을 전격 제시했다.

인사청문회의 구체적인 날짜는 제시하진 않았지만, 조 후보자 청문계획서를 관련 상임위에서 의결을 거치더라도 증인채택요구서 송달과 자료제출요구 등을 감안해 5일 후에야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게 나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여야가 기존 '이틀 청문회'를 합의했던 만큼 국민적 관심이 덜한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7~8일 보다 9~10일이 청문회 날짜로는 좀 더 적합해 보인다.

한국당이 민주당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증인 출석 문제에서 이 같이 전격 양보한 배경에는 '조국 리스크'를 정기국회에서 계속 이어가가면서 한동안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코앞에 두고 청문회를 열어 조 후보자 관련 이슈를 최대한 정쟁화함으로써 야권에 유리한 정치 지형을 조성하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요구대로 만약 인사청문회가 뒤늦게라도 열린다면, 올 추석 연휴가 12일부터 시작되는 점을 고려할 때 명절 밥상머리에 조국 관련 이슈를 올려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의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에도 말려들지 않겠다는 실리적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인사청문회 무산과 관련해 국민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후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최종 무산돼 무척 아쉽다"며 "국민께 직접 해소할 기회를 마련하는 게 후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더불어민주당에 기자회견 진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2019.09.0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인사청문회 무산과 관련해 국민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후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가 열리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최종 무산돼 무척 아쉽다"며 "국민께 직접 해소할 기회를 마련하는 게 후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더불어민주당에 기자회견 진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2019.09.02. [email protected]

청문회 날짜를 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를 한 데 이어 증인 채택을 놓고 또 다시 지루한 줄다리기로 청문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국민적 관심이 떨어질 수도 있고, 민주당이 국민청문회라는 반격 카드를 들고 나와 여론몰이에 나설 경우 한국당이 오히려 코너에 몰려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과 조국 청문회 보이콧 논란 속에 가열찬 장외투쟁을 외치면서도 국회를 버리지 않고 정기국회에 참여해 원내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핵심 증인 3인방을 양보해 상당 부분 손실은 불가피하더라도 '조국 청문회'를 포기할 경우, 야권에 득보다는 손실이 더 큰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추석 전 청문회를 여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한국당의 국면 전환 시도에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넋 놓고 가만히 바라만 보진 않았다.

여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경우 '플랜B'로 가동하려했던 국민청문회 성격과 다름없는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제안을 묵살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당의 정략적 판단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한국당의 전격적인 제안을 심사숙고하지 않고 불과 몇 시간도 안 돼 민주당이 거부한 데에는 '가족증인' 양보 카드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야권의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한 셈법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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