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맹비난 다음날 위로 건넨 김정은…남북 물꼬 주목
김정은, 친서로 "코로나19와 싸우는 국민 위로"
남북 보건협력·개별관광 北 긍정 호응 기대감↑
"점진적 관계 개선 신호…남북 대화 복원" 전망
"정상 신의 확인 차원…비약해선 안 돼" 반론도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5일 "김 위원장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왔다"며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윤 수석은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3일 밤 청와대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다음날 건네져 그 의도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김 제1부부장은 북한 인민군 화력타격훈련에 대해 중단을 촉구한 청와대를 향해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으며 "겁먹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는다"고 원색적으로 비방한 바 있다.
온도 차가 있는 두 가지 메시지가 연달아 전해지긴 했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우의와 신뢰를 담아 친서를 보내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발전 의지 표명에도 지난 1~2월 공식적으로 대남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와 의중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0.02.29. [email protected]
통일부는 올해 주요업무로 북한 개별관광,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올림픽 공동진출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상정하고 추진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남북 대화 재개에 매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남측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북측이 긍정적으로 호응할 수 있다는 청신호로 해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과는 별개로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관련 위로 친서를 보냄으로써 남북 대화와 협력의 점진적 재개 의사를 비쳤다"고 해석했다.
정 센터장은 김 제1부부장 담화와 관련,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해 청와대가 가타부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거칠게 표현했을 뿐이지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도 아니고 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것도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장비 등의 수요가 절실해진데다 중국 관광객 차단에 나서면서 경제 위축을 겪고 있어 정부의 개별관광, 보건협력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북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다만 김 위원장의 친서는 남측에 대한 위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남북관계 진전으로 확대 해석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협력 제안에 즉답을 하지 않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 모친상 계기에도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내 남북 정상 간 이어온 신의를 재확인했지만, 이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진행하는 등 연말까지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는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현안과는 별개로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상국가의 지도자로서 행동한다"며 "친서를 두고 너무 비약해서 남북관계를 전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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